최우열 사회부 기자
거물급 형사 피의자인 이들은 모두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직 의원 3명에 대해서는 2014년 입법 대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 전 수석과 이 부회장의 영장은 ‘최순실 게이트’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맡았다.
차이점은 항문 검사를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다. 영장 발부가 결정되기 전 대기 상태에서 전직 의원들은 신체검사를 받지 않았다. 우 전 수석과 이 부회장은 받았다. 그 차이는 이들이 어디서 대기했느냐에 달렸다. 전직 의원들은 검찰청에서 기다렸고 우 전 수석과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에서 기다렸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도 관계없다. 김재윤 조현룡 전 의원은 구속됐고, 신학용 전 의원과 우 전 수석은 기각돼 풀려났다. 이 부회장은 한 번은 기각, 한 번은 발부됐다.
심문을 마치고 구치소에 도착하면 영장 발부 전이라도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절차를 거친다. 신체검사→수용자복·수감번호 부여→지문 채취→사진 촬영→목욕→신입자 거실 수용 과정이다. 신체검사에서 예전에는 육안으로 하던 항문 검사는 ‘전자영상 신체검사기’를 도입해 그나마 나아졌다. 그래도 굴욕스러울 수 있다. 알몸에 가운만 입고 검사기에 올라가 용변을 보는 자세로 카메라 렌즈 위에 쪼그려 앉는다. 전담 교도관이 모니터를 관찰한다. 인근 경찰서 유치장이나 검찰청 구치감, 검사실에서 대기하면 이런 검사는 없다.
형사소송법엔 판사가 대기 장소로 교도소와 구치소, 경찰서 유치장 등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법원은 “주로 검사의 의견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3년 전 의원들은 검사실에서 대기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이나 이 부회장에게 그런 ‘배려’는 없었다. ‘같은’ 거물급 피의자들이지만 왜 대기 장소는 다른지 설명도 잘 안 된다.
영장이 기각된 사람들은 구치소에서 밤새 뭘 했는지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도 없는, 그런 치욕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 같은 대기 장소 문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검찰은 “법에 정해진 대로 유치 기관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인권 침해는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올 1월 “영장 발부 전 피의자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이 처우하는 건 인격권 침해”라며 관행 개선을 권고했다.
최우열 사회부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