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은 이렇게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고려대의 건학이념인 교육구국은 지금도 유효한 가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문명사적 대전환기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우리 사회 곳곳은 여전히 낡은 제도와 관념에 젖어 있다. 젊은 세대는 활력을 잃었다. 경제는 침체를 못 벗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누적된 모순을 해결할 능력을 상실한 채 혼란에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염재호 총장
이를 위해 먼저 교육에 스며 있는 낡은 제도를 타파했다. 2015년 시험감독 출석확인 상대평가를 없애는 ‘3무정책’을 도입했다. 학생을 스펙관리와 성적경쟁에 옭아매지 말자는 취지였다. 학생들은 자율 신뢰 책임의 원칙 아래 스스로 학습을 실현해 낼 수 있는 능동적인 자세를 키워가고 있다. 염재호 총장은 “고려대 학생의 경쟁 상대는 옆자리에 앉은 학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는 성적우수 장학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생활이 어려운 학생은 ‘정의장학금’을 통해 아르바이트 대신 학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등록금 외에 매달 생활비까지 추가 지급받는 덕분이다. 경제적 장애가 학업의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는 게 장학금 개편의 핵심이다.
학생들은 ‘진리장학금’을 통해 더 넓은 세상에 마음껏 도전한다. 학생이 스스로 도전 또는 체험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기획해 제안하면 장학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장학금을 지원한다. 중국 일본 라틴아메리카 북유럽 등에 갈 수 있는 ‘KU-글로벌리더십프로그램’ 장학금이 대표적인 예다. 학생들은 항공료와 해당 국가 학교 기숙사비, 수업료 등을 지원받는다. 염 총장은 “장학금은 배움을 장려하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며 “고려대의 장학제도 개편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이미 낡은 교육과 작별했다. 새로운 교육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성장 동력을 찾아낼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