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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靑, 플레이그라운드에 ‘9900만원 영상제작’ 특혜 영향력”

입력 | 2017-03-29 16:39:00


청와대가 지난해 최순실 씨 소유 광고업체 플레이그라운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관련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요구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등을 대상으로 ‘소녀보건 교육프로그램 영상물 제작 등 계약 추진실태’를 점검한 결과 4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29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제보건의료재단은 지난해 5월 박 전 대통령의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앞두고 플레이그라운드와 코리아에이드사업에 쓰일 영상물 및 책자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9900만원으로 아프리카 소녀들을 위한 보건 교육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일반경쟁에 따라 업체를 선정토록 한 국가계약법 제5조 등을 위반한 수의계약이었다. 또 실제 계약은 이미 플레이그라운드가 영상물 제작 등을 완료해 놓은 지 20여 일 뒤에 체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당시 대통령산업통상자원비서관으로 재직 중이었던 현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이 과정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대통령비서실과 외교부, 국제보건의료재단, 미르재단, 플레이그라운드 등은 지난해 7차례에 걸쳐 청와대 연풍문 회의장에서 아프리카 순방 관련 영상물 제작 등을 위한 태스크포스(TF)회의를 열었는데 정 차관이 이 회의를 총괄 지휘했다는 것이다. 정 차관은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자 플레이그라운드 이사인 김성현 씨도 안종범 당시 대통령경제수석의 지시에 따라 TF 회의에 참석시켰다.

정 차관은 TF 회의에서 소녀보건 영상물 제작 등 코리아에이드사업과 관련해 “미르재단과 협력하라”거나 “최대한 긍정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리는 등 해당 계약을 미르재단과 플레이그라운드에 맡기도록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또 감사원은 TF 회의 참석자의 진술을 토대로 정 차관이 부하직원에게 회의 결과를 “미르재단에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해야 하고. 미르재단의 의견을 반영해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차관은 감사원에 “미르재단을 포함한 각 기관이 서로 협력해 추진하도록 한 것”이라며 “미르재단에 용역을 주도록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정 차관이 국가계약법을 위배하도록 지시한 것은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산업부 장관에게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동영상 제작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는 데 관여한 복지부 관계자들에 대한 주의도 촉구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