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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전문기자의 사진 속 인생]결혼사진 찍어 주는 마음

입력 | 2017-03-31 03:00:00


이종승, ‘양가 기념사진’(2016).

아주 가끔 정장을 하고 예식장에서 사진을 찍는다. 하객임에도 사진을 찍는 것은 마음을 담은 정성어린 축하를 해주기 위해서다. ‘결혼식 취재’는 어느 취재 현장보다 더 긴장한다. 혼주의 ‘대사를 치르는 조마조마한 심정’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결혼식은 ‘감사’ ‘안도’ ‘대견’ ‘서운’ ‘기쁨’들로 모자이크 돼 있다. 대개 신랑 신부가 기쁘다면 혼주들은 훨씬 더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다. 낳아서 길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눈에 쉬이 띄지 않는 다양한 모습을 감춘 채 살짝살짝 드러내곤 한다.

30년쯤 된 사진기자 경력과 나이 들어 생긴 주름과 흰머리도 주인공들의 표정을 잡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주례 앞에 선 의젓한 자식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부모가 짓는 대견함과 동시에 보이는 안도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젊은 부부가 인생의 출발점에 설레는 마음으로 서있는 것은 내가 그 자리에 있었을 때와 비슷하다.

하객들 사이로 다니며 사진을 찍어야 하기에 와이드와 광각을 겸비한 줌렌즈를 장착한 카메라 한 대로 사진을 찍는다. 아무리 어두워도 스트로보를 쓰지 않으며 연출도 하지 않는다. 웃으면 웃는 대로, 울면 우는 대로 담담히 그들을 따라간다. 의미 있는 장면은 뻔한 장면이 아니라 평범한 장면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들인 ‘절을 받기 전후, 부케를 던지기 전후, 퇴장하는 신랑 신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혼주의 모습’ 등도 괜찮은 셔터 찬스를 제공한다.

사진기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나눔이었다. ‘한글을 모르는 아프리카 사람도 내가 찍은 사진에 공감할 수 있다. 글보다는 사진이 더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사진기자가 된 지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많이 나누지 못해 부끄럽다. 결혼식 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나눔의 하나라고 스스로를 달래본다. 사진은 동서 아들의 결혼식 때 찍은 것이다. 예식장 사진사가 정면에서 “신랑님 고개를 약간 오른쪽으로… 신부님 조금 미소를…” 하며 포즈를 요구할 때 밑에서 찍었다. 찍은 사진 중 열 몇 장을 인화해 보냈는데 동서가 맘에 들어 해 안심했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