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논설위원
의지와 전략이 문제다
우선은 의지 문제다. 한국군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말이다. “우린 4성 장군이 많지만 이스라엘은 중장 1명이 전군을 지휘한다. 우리는 60만 군대지만 이스라엘은 20만으로 석유부국 이슬람 세계와 당당히 맞서 왔다. 우리 군은 너무 오랜 기간 미국에 대한 의존심리가 깊어졌다. 오죽하면 전시작전권 전환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압도적 경제·군사력을 갖고도 김정은에게 끌려다니는 말도 안 되는 현실에 대한 대응책으로 ‘핵에는 핵으로’ 맞불전략과 ‘역(逆)비대칭 전략’이 논의되는 건, 늦었지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언젠가 북한 로켓 발사 뉴스를 함께 지켜보다가 한 대기업 회장에게 “언제까지 북의 도발을 걱정만 하고 있어야 하느냐”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고 정보통신 강국이다. 4대 기업을 중심으로 과학기술기업들이 협력하면 로켓, 인공위성 등 기술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핵무장이나 원자력협정 개정 등은 미국 동의 없이 불가능하지만 역비대칭 전략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바로 한국의 과학기술을 군사력에 적용하는 사물인터넷과 첨단 정보기술(IT) 등으로 핵과 대량살상무기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텔스 기능이 있는 드론으로 공중에서 장사정포를 제압하고 레이저빔이나 북의 전자통제를 무력화하는 고출력 폭탄으로 미사일 통제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무인(無人)스텔스 함정, 로봇군인과 같은 무인 전력, 장기적으론 인공지능(AI)이 지휘하는 ‘스마트 전쟁 사령부’도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국방, 국책사업으로
국방부는 2015년부터 스마트 국방 연구 전담조직을 설치했지만 로드맵만 있을뿐 성과는 없다. 한국 정보기술을 군사력에 적용해 경제력을 군사력으로, 과학기술력을 스마트전력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국책사업화해야 한다. 부서 차원이 아닌 장관 직속 또는 대통령 직속으로 충분한 예산과 최고 수준의 학계 기업 군 국가정보원 인력을 집결시켜 장기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반도 미래전쟁의 승패는 여기에 달렸다. 압도적 안보 우위만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전쟁은 피할 수 없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