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대통령 구속 수감]朴 서울구치소 수감 첫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애 시절을 포함하면 청와대 관저에서만 20년 넘게 살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31일 서울구치소에서의 첫날은 무척이나 긴 하루였다.
○ ‘검신(檢身)’까지 받고 독방 이동
이날 오전 4시 45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다른 미결수용자와 마찬가지로 2시간가량 입감 절차를 거쳤다. 휴대전화는 물론 올림머리를 할 때 썼던 머리핀도 모두 구치소 측에 제출했다. 철제 머리핀은 자해를 하거나 다른 수감자를 위협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반입 금지 품목이다.
박 전 대통령은 수인번호를 받은 순간부터 ‘대통령님’이나 이름이 아닌 ‘503번’으로 불렸다. 식기, 칫솔 등 생활용품을 지급받아 독방으로 이동했다.
○ 직접 설거지, 하루 2만 원 쓸 수 있어
박 전 대통령은 여자사동에 있는 10.6m²(3.2평) 크기의 독방을 배정받았다. 일반 독거실(독방)은 6.56m²(1.9평) 크기다. 이 방은 한미행정협정(SOFA)을 위반한 미군 사범들이 주로 수용됐던 방이다. 이 방엔 샤워시설도 있고 화장실에 문이 달려 있다. 일반 독거실은 화장실이 칸막이로만 구분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독방에 들어가기 전 한참 동안 눈물을 쏟은 뒤 방으로 들어가 이부자리를 펴고 잠시 눈을 붙였다. 아침식사로는 케첩, 치즈가 발린 식빵이 방으로 배급됐다. 단가 1440원짜리다. 박 전 대통령은 혼자 식사를 한 뒤 방안 화장실 세면대에서 설거지를 해 식기를 반납했다. 이날 오후엔 구치소 특별접견실에서 유영하 변호사(55)와 접견했다. 변호인 접견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에 횟수 및 시간제한 없이 가능하다. 일반 접견은 하루에 1회, 10∼15분으로 제한된다. 박 전 대통령은 저녁으로 쌀밥에 시금치, 된장국, 두부조림을 먹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입감될 때 수십만 원가량의 현금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를 영치금으로 넣었다면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은 최대 2만 원이다. 다만 이는 음식물 구입에만 적용되며 침구, 약품 등 구입비용은 별도다. 구치소에서 파는 로션, 스킨, 영양크림, 선크림을 구입하면 기초화장까지 가능하다. 밖에서처럼 올림머리를 하려면 플라스틱 머리핀을 구입해 직접 스타일링 해야 한다.
통상 거물급 인사가 수감되면 교도관 4명으로 꾸려진 전담팀이 2인 1조로 계호한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더 큰 규모의 팀이 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