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혐의 부인한게 되레 ‘증거인멸 우려’ 부메랑

입력 | 2017-04-01 03:00:00

영장판사, 뇌물죄 檢판단 수용한듯… 유영하 변호사 전략 착오 지적도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43·사법연수원 32기)는 31일 오전 3시 3분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 가장 무거운 것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공모해 삼성그룹에서 298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박 전 대통령은 강 판사가 심리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삼성 측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이 없고 대가성 있는 돈을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고 삼성은 그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하고 최 씨 모녀를 지원한 것”이라는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뇌물죄에서는 뇌물을 준 쪽보다 뇌물을 받은 쪽이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며 “뇌물 공여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구속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그동안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 요구를 여러 차례 거부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출석하지 않은 점과 지속적으로 혐의를 부인한 것도 영장 발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강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감안할 때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과 입을 맞추는 등 ‘증거 인멸’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 변론을 주도한 유영하 변호사(55)가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관계 중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은 인정하면서 방어 논리를 펴야 하는데,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와 영장심사에서 수사 결과가 잘못됐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