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비닐로 둘둘 싸여 평양 돌아간 ‘김정남 시신’

입력 | 2017-04-01 03:00:00


지난달 30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김정남의 시신을 담은 관이 비닐에 싸인 채 놓여 있다(왼쪽 사진). 이 관과 현광성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오른쪽 위 사진) 및 김욱일 고려항공 직원(오른쪽 아래 사진)은 30일 말레이시아항공 MH360편으로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해 31일 오전 2시경 베이징에 도착한 뒤 이날 오후 다시 중국국제항공(CA) 편을 통해 평양에 도착했다. 뉴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의 시신이 31일 오후 중국국제항공(CA) 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 김정남 암살 용의자인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과 김욱일 고려항공 직원도 시신과 함께 귀국했다. 산케이신문은 “북한이 말레이시아 외교관과 가족 등 9명을 인질로 잡고 총선을 앞둔 말레이시아 정부와 벌인 협상에서 성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북한은 협상 과정에서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닌 여권 이름인 ‘김철’이라고 끝까지 주장하며 아내 ‘리영희’를 내세워 시신 인도를 요구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시신 인도 조건으로 “유가족 동의”를 요구하자 가짜 부인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리영희가 실존 인물일 경우 중국 베이징(北京)에 거주하던 본처 신정희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북한 당국이 중국의 협조를 얻어 신정희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 김금솔의 유전자(DNA)를 제출해 신원 확인을 했을 수 있다.

협상은 지난달 30일 최종 타결됐으며 겹겹의 비닐과 끈으로 싸인 김정남의 시신과 용의자 2명, 북한 측 교섭단 4명은 말레이시아항공 MH360편을 타고 이날 오후 7시 45분경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이륙했다. 몇 분 뒤 북한에 억류됐던 9명의 말레이시아인을 태운 항공기도 평양에서 이륙하는 등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맞교환’이 이뤄졌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경찰은 사건을 계속 조사할 것이다”고 밝혔으나 시신과 함께 용의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감에 따라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발표에서 “두 나라는 무사증(비자)제를 재도입하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토의하기로 했으며, 쌍무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인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29)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25)에 대한 재판은 4월 중순 재개된다. 이들은 살인 혐의가 인정되면 사형 선고도 가능하다고 말레이시아 언론은 보도했다.

황인찬 hic@donga.com·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