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원 산업부 차장
‘공각기동대’는 1995년작 일본 애니메이션을 할리우드에서 실사판으로 제작한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인간의 뇌를 인공 신체에 집어넣은, 사람과 기계의 결합체다. 뇌에는 원래 주인의 기억 대신 임의로 만든 기억을 심었다. 뇌를 컴퓨터와 연결해 다른 사람(또는 기계)의 기억을 해킹하는 기술도 나온다. 애니메이션에 앞서 같은 이름의 만화책이 나온 것이 1989년이니 이미 약 30년 전에 그려진 미래의 모습이다.
아직은 실현 가능성이 요원하지만 단순히 상상 속 미래라고 넘겨버릴 일도 아니다. 이런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 작은 전자 칩을 심어 정보와 생각을 업로드, 다운로드 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제’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가 성공한다면 영화처럼 사람의 기억을 저장하거나 전송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네이버는 ‘레벨 3(비상 상황에서만 운전자가 개입하고 전반적인 자율주행이 가능)’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네이버가 자율주행차를 출품한 것은 이전까지 정보를 모아 전달하는 인터넷 포털 서비스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 자율주행차에 달린 카메라로 ‘공간 정보’를 축적해 궁극적으로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이다.
앞서 말한 네이버와 머스크가 가진 공통적인 키워드는 ‘도전’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미국 창업가들로부터 ‘가장 존경하는 전자업계 수장’으로 꼽혔다. 머스크에 대한 이런 평가는 그의 업적보다,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려는 그의 도전과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본다. 머스크가 CEO로 있는 기업들은 스포츠카를 방불케 하는 고성능 전기차를 개발하거나(테슬라), 한번 발사했던 발사체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로켓 기술(스페이스X)을 성공시켰다. 나아가 스페이스 X는 내년 민간 화성 탐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도전 자체가 아니라, 도전이 가능한 기업 환경이다. 결국 기업가정신과 연관이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가 발표한 ‘2017년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37개 국 중 27위로 대만(16위), 칠레(18위)보다 낮다. ‘머스크를 키운’ 미국은 1위다.
상상이 실현되면 미래가 된다. 한국 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미래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키우는 작업부터 선행돼야 한다. 벤처기업의 가능성을 믿는 투자자, 실패를 성공의 디딤돌로 인정하는 사회, 그리고 기업의 도전을 장려하거나, 적어도 방해하지는 않는 기업 정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