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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시중銀 ‘대우조선 고통 분담’ 확약서 쓸까

입력 | 2017-04-03 03:00:00

‘P플랜 직행’ 4월 둘째 주가 첫 고비
‘노조 무파업-올 임금 10% 반납… 시중은행 채무 재조정 동의서’
산업은행, 7일까지 받을 계획
당국 ‘산은 추가 감자’ 불가 방침에 채권자들 “일방적 희생 강요” 불만
노조 반발도 예상돼 진통 계속될 듯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의 갈림길에 선 대우조선해양이 이번 주 첫 고비를 맞는다.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이자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은 7일까지 시중은행과 대우조선 노조로부터 고통 분담에 동참하겠다는 확약서를 받을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회생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중은행과 사채권자들이 선결 조건으로 요구한 ‘산은의 추가 감자(減資)’에 대해 금융당국이 불가 방침을 못 박은 데다 대우조선 노조의 반발도 예상돼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이번 주까지 대우조선으로부터 ‘파업 없이 자구 계획에 동참하겠다’는 노조의 동의서를 받을 예정이다. 생산직 등 전 직원이 올해 임금의 10%를 반납하는 내용에 동의할지가 관건이다. 7일까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채무 재조정에 동의한다는 협약서도 받는다. 은행들은 대우조선 추가 정상화 방안이 발표되기 전에 구두로 동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금융당국과 산은은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협약서를 받기로 했다.

문제는 시중은행들이 △산은의 대우조선 보유 지분에 대한 추가 감자 △수출입은행 영구채 금리 인하 △신주 발행 가격(4만350원) 인하 등을 채무 재조정 동의 요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은·수은과 금융당국은 수은이 매입하는 대우조선 영구채 금리를 시중은행 채권 이자 수준인 1%대로 인하하는 방안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산은의 추가 감자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산은이 관리 부실의 책임이 있는 대우조선 주식을 이미 모두 소각했다는 것이다. 지금 보유한 주식들은 2015년 10월 이후 신규 지원한 자금 일부가 출자 전환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은의 출자 전환으로 혜택의 대부분은 시중은행과 사채권자들이 봐 놓고선 지금 추가 손실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신주 발행 가격은 법적으로 조정이 불가능한 사안이다.

채권자들은 정부가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며 “대우조선 실사 보고서를 받은 뒤 확약서 제출을 위한 내부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3일 시중은행과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에 회계법인의 실사 보고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대우조선 노조 또한 조만간 동의서 제출과 회사 측의 고통 분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주 안에 노조와 시중은행으로부터 동의서를 받는 두 가지 작업이 마무리돼야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 협상에 ‘다걸기(올인)’할 수 있다”며 “하나라도 삐걱대면 사채권자를 압박할 명분이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채무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평가손실액이 2682억 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출자 전환하는 전액을 손실로 잡고, 만기 연장은 은행 여신의 대손충당금 적립률(19%)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다. 현재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에 투자한 회사채 약 3900억 원에 대해 절반은 출자 전환하고 나머지는 3년 만기 연장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첫 투자관리위원회를 연 국민연금은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통상 신뢰할 만한 자료를 두고 2개월 정도는 들여다봐야 투자관리위원회를 거쳐 투자위원회를 열 수 있다”며 “이번에는 일정도 빠듯하고 자료마저 부족해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신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