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이후 6차례 사업주체 변경…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의회 제출
최대 규모 개발사업 심의 초읽기
제주지역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제주도의회 환경영향평가 동의 절차를 앞두고 있는 등 운명의 기로에 섰다. 사업 현장은 과거 공사를 하거나 축제를 하다가 방치되면서 황량한 모습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일 오후 제주 제주시 오라동 탐라교육원과 오라골프장 사이에 위치한 오라관광단지 사업예정지. 골프장 토목공사를 하다 중단된 초지에는 억새가 무성하고 하천에는 사방에서 떨어진 시멘트 덩어리가 군데군데 보였다. 과거 세계섬문화축제 당시 도로로 쓰였던 아스팔트는 뜯겨 나가거나 무너져 내리는 등 황량한 모습이다. 열안지 오름(작은 화산체) 주변 고지대에서는 제주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가운데 소나무재선충으로 말라 죽은 소나무를 처리하는 야적장이 임시로 조성되기도 했다.
사업 착공과 중단을 거듭하며 주인이 수차례 바뀐 오라관광단지는 단일 개발사업으로는 제주지역 최대 규모로 운명이 걸린 절차를 앞두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오라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제주도의회 동의 여부에 개발사업의 사활이 걸려 있다. 제주도의회는 4일부터 열리는 제350회 임시회에서 동의안을 다룬다.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 본회의장에서 표결로 동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라관광단지는 개발 면적이 357만5753m²로 총사업비가 6조2800억 원이다. 1만 명의 직접 고용과 6조7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관광단지를 하나의 스마트도시로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 삼성물산(에버랜드)과 각각 업무협약을 했고 쇼핑타운을 위해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사업 주체인 제이씨씨㈜는 2022년 12월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복합리조트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컨벤션센터(7650석), 4D·5D 테마파크, 골프장(18홀), 관광호텔, 휴양콘도미니엄, 쇼핑몰 등을 조성한다. 제주지역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농수특산품 전용관도 만들어진다.
오라관광단지는 1997년 관광지구 지정 이후 6차례나 사업 주체가 바뀌었으며 2015년 7월 제이씨씨가 환경영향평가 준비서를 제출하면서 재추진됐다. 지난해 9월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를 조건부로 통과했으나 제주도에서 지난해 11월 환경 관련 보완 요구를 하면서 이번에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를 밟는 것이다. 제이씨씨 측은 보완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하루 지하수 사용량을 5350t에서 3650t으로, 호텔 객실수를 2500실에서 2300실로 각각 줄였다. 1일 평균 활동인구 2만∼2만3000명을 기준으로 할 때 발생하는 오수 2000여 t을 자체 정화 처리하기로 했다. 휴양콘도미니엄 규모를 2459실에서 1270실로 대폭 축소했다.
이에 대해 오라동 지역 주민들은 개발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요청한 반면 일부 단체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3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섬문화축제장으로 사용하면서 주변 지역이 많이 훼손돼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제주의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며 “숙박시설, 골프장, 쇼핑시설 등이 부족했던 10년 전이라면 수긍할 수 있지만 지금은 과잉 공급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제주도는 개발이익을 노리는 중국 기업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이씨씨 측은 지금까지 외국인 직접투자 949억 원을 들여오는 등 상당 자금을 이미 투입했다. 박영조 제이씨씨 회장은 “착공 이후 매년 공사 금액의 50% 이상을 제주지역 금융기관에 6개월 이상 예치함으로써 자금 조달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한다”며 “특혜나 편법 없이 개발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제주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뒷받침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