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붉은 알알이…” 국민 애송 ‘성탄제’의 시인
1926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시인은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입선하며 등단했다.
영문학자로서 고려대에 34년간 재직하며 현대 영미시와 시론을 국내에 소개하는 한편 한시(漢詩)와 김춘수 박두진의 현대시를 영어로 번역해 영미권에 알렸다. 시 창작과 평론, 영문학 연구, 번역을 넘나들며 학계와 문단 양쪽에서 활약했다. 한국시인협회장, 한국T.S.엘리엇학회 회장, 대한민국예술원 부회장을 지냈고 인촌상 목월문학상 청마문학상 육사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국민훈장 동백장과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시집으로 ‘하회에서’(1977년) ‘황사현상’(1986년) ‘천지현황’(1991년) ‘달맞이 꽃’(1997년) ‘해가 많이 짧아졌다’(2004년) ‘해거름 이삭줍기’(2008년) ‘그것들’(2011년) 등이 있고, 시론집으로는 ‘진실과 언어’(1974년) ‘시에 대하여’(1986년) 등이 있다.
1969년 출간한 고인의 첫 시집 제목이자 대표작인 ‘성탄제’는 여전히 널리 읽힌다.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유족으로 선국(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민(숙명여대 일본학과 교수) 선경 선형 선숙 씨 등 2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은 4일 오전 8시 30분. 02-923-4442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