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5자구도, 전망과 변수는
문재인 전 대표가 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5·9 대선은 ‘5자 구도’로 출발하게 됐다. 문 전 대표 외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도지사,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대권을 향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대선 초반 레이스는 문 전 대표가 앞서 달리는 가운데 안 전 대표가 추격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 진영의 재결집 여부와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 등의 ‘반문(반문재인) 연대’ 성사 가능성이 ‘막판 변수’로 꼽힌다.
○ 5년 만에 ‘단일화 파트너에서 적으로’
만약 이번 대선에서 ‘문-안 양강’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5년 만에 두 사람의 관계는 단일화 파트너에서 적으로 역전된다. 2012년 대선 당시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와 후보 단일화 협상을 벌이다가 대선을 26일 남겨두고 문 전 대표에게 전격 양보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때부터 두 사람 간 갈등이 깊어졌다. 문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 문재인 캠프에선 ‘안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를 두고 안 전 대표는 최근 “그런 말을 하는 건 짐승만도 못하다”라며 거칠게 반박했다. 5년 만에 맞닥뜨린 정면승부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양측의 신경전은 점점 가열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연설과 기자회견에서 수차례에 걸쳐 ‘적폐 연대’를 연급하며 안 전 대표를 겨냥했다. 안 전 대표와 보수 진영의 연대설을 국정 농단 세력과의 결합으로 규정한 것이다. 안 전 대표 측은 문 전 대표 진영을 ‘제2의 박근혜 사태’를 촉발할 패권세력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 보수 표심에 구도 출렁일 듯
일각에선 이들이 완주하더라도 ‘반문 성향’ 유권자들이 표심을 통해 안 전 대표에게 표를 몰아주는 ‘자발적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는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최대 40%를 넘지 못할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홍 지사와 유 의원의 지지율 합을 10% 안팎으로 묶고, 심상정 대표가 문 전 대표의 표를 일부 잠식하면 안 전 대표에게도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홍 지사나 유 의원 측 모두 본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보수 표심이 다시 결집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만약 두 사람의 지지율 합이 20%를 넘으면 안 전 대표의 자강론도 힘을 잃게 된다. 그렇다고 안 전 대표가 홍 지사나 유 의원과 손을 잡기도 쉽지 않다. 보수 진영과의 연대로 호남 텃밭을 잃을 수 있어서다. 안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사면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하루 만에 선을 그은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선 본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안 전 대표와 홍 지사, 유 의원 등이 문 전 대표를 집중 공략하면서 자연스럽게 ‘반문 연대’의 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특정 후보가 인위적으로 좌우 확장을 시도하면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을 수 있다”며 “후보 개개인의 정치력과 유권자의 기대가 어떻게 맞아떨어지느냐에 따라 향후 대선 구도가 짜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