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길을 묻다]<9> 진화하는 핀테크 서비스
목소리로 계좌번호 조회나 송금, 환전 등 간단히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금융비서 서비스가 늘고 있다. 일본 도쿄의 미쓰비시 UFJ은행에 설치된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의 모습. 동아일보DB
스마트폰에 대고 이렇게 말하니 보유 계좌 목록이 계좌번호, 잔액과 함께 화면에 나타났다. “첫 번째 계좌를 보여줘”라고 하자 더욱 자세한 거래 내역이 드러났다. 최근 이체한 조의금부터 체크카드 결제로 빠져나간 돈까지 상세하게 볼 수 있었다.
이 서비스는 우리은행이 지난달 28일 첫선을 보인 ‘소리(SORi)’다. ‘목소리로 작동하고 반응하는 가상친구(Sound Operate Responding i-buddy)’라는 의미처럼 음성인식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뱅킹 서비스다. 아직은 계좌번호 조회나 송금, 환전, 공과금 납부처럼 간단한 거래만 지원한다.
○ 빅데이터, AI 등에 업고 새 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을 대신해 자산관리와 투자 포트폴리오 등을 제안하는 일종의 AI 금융 서비스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대안을 찾아낸다. 챗봇 역시 다양한 소비자의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을 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사람들의 질문 패턴을 습득해 더 정교한 답변을 내놓는 학습 능력도 갖추고 있다.
고객들도 새로운 서비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신한은행의 펀드 추천 프로그램인 ‘엠 폴리오’는 지난해 11월 첫선을 보였는데, 현재까지 약 15만 명이 이 서비스를 체험했다.
해킹 등 보안 위협에 대비한 블록체인 기술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일종의 디지털 장부를 분산시켜 공동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술인 블록체인은 외부 유출이나 위변조가 어려워 진일보한 보안 기술로 평가받는다. 은행업계와 금융투자업계는 각각 상반기 중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박성준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블록체인은 기존 인터넷을 뛰어넘는 제2의 인터넷 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일자리 감소 우려, 낡은 규제 뛰어넘어야
실제 시중은행의 직원과 영업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같은 인프라는 급감하고 있다. 2016년에만 은행권 임직원 수가 2200여 명 줄었다. 영업점 수(출장소 포함)도 1년 전보다 175곳 감소했다. ATM 등 자동화기기는 2011년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은행 영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었던 오프라인 점포 중심의 촘촘한 영업망, 끈끈한 조직력 등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재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정보로 만들어내는 게 향후 금융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돈보다 정보가 중요한 산업으로 바뀌는 추세에 맞게 금융 규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