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서 6년간 거주… 2015년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빠져 운행중인 지하철서 자폭테러 감행… 인근 지하철역에 사제폭탄도 설치 경찰, 공범 추정 여성 1명 추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범으로 지목된 키르기스스탄 출신 아크바르존 잘릴로프(오른쪽)가 3일 지하철역을 거니는 폐쇄회로(CC)TV 장면. 러시아 국영방송이 공개한 이 화면에서 그는 두꺼운 파카를 입었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트위터 화면 캡처
그의 신원은 키르기스스탄이 4일 자국민의 테러 개입을 먼저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방송이 4일 공개한 3일 오전 2시 3분 지하철역 폐쇄회로(CC)TV에 나타난 범행 직전의 잘릴로프는 두꺼운 빨간색 파카를 입고 등에 검은색 가방을 멨다. 두 손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아 그가 옷 속과 가방에 자살테러용 폭탄을 가득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파란색 비니 모자를 쓰고 안경으로 얼굴을 가렸다. CCTV에는 그가 센나야 플로샤트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세 번째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까지 찍혔다. 그는 운행 중인 전동차 문 앞에서 TNT 200∼300g 규모의 사제폭탄을 터뜨렸다.
잘릴로프는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기 전 인근 또 다른 지하철역에 너트 등 작은 금속 파편으로 가득 채운 소화기 사제폭탄을 설치했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대테러 당국은 사건 발생 20분 뒤인 3일 오후 3시 테러 현장과 불과 3km 떨어진 지하철역인 플로차트 보스타니야역에서 소화기 사제폭탄을 발견해 직접 해체했다. TNT 1kg 규모로 테러에 쓰인 것보다 강력했고, 휴대전화 신호로 무선 작동시키는 폭파장치였다. 러시아 당국은 여성 공범 1명을 추적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그가 2015년 이후 돌연 극단주의 이슬람에 경도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잘릴로프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시 바에서 요리사로 일하다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2013년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 요리사는 “당시만 해도 잘릴로프가 이슬람에 대해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는 친구가 15명뿐이었고, 무제한 격투기와 싸움용 무술, 이슬람에 관심 있다고 표시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러시아 매체는 그의 친구의 말을 인용해 “잘릴로프가 스시 바를 그만두고 ‘코리아’로 간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코리아가 한국인지 북한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가 러시아가 금지한 이슬람 무장단체 소속이라는 미확인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범으로 지목된 키르기스스탄 출신 아크바르존 잘릴로프(오른쪽)가 3일 지하철역을 거니는 폐쇄회로(CC)TV 장면. 러시아 국영방송이 공개한 이 화면에서 그는 두꺼운 파카를 입었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트위터 화면 캡처
러시아는 내년 6월 러시아 월드컵의 리허설 격으로 두 달 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4개 도시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 차질이 생길까 봐 우려하고 있다. 이 대회 개막식과 폐막식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러시아 당국은 4일 오전 10시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노선 운행을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