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1일 KBO리그 공식 개막전이 열린 잠실구장은 원정팀 한화와 홈 두산을 응원하는 팬들의 함성이 가득했다. 그러나 수비에서 실책과 매끄럽지 못한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수비와 극명하게 대비됐다. 스포츠동아 DB
KBO리그 2017시즌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패, 프로야구선수협회의 행사 수당 논란 등으로 인해 출발부터 시끄럽다. 논란은 관중수 감소를 불러왔다. 3월31일 5개 구장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매진된 경기는 마산 롯데-NC전뿐이었다. 마산구장은 1만1000석에 불과하지만 자칫 1999년 이후 18년 만에 개막전 매진 구장이 없을 뻔 했다. 개막 3연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더 암담하다. 3월31일과 2일 롯데-NC전 2경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13경기는 입장권이 남았다.
프로스포츠의 존재 이유는 관중(팬)이다. 야구선수들의 몸값이 100억원까지 올라간 것도 그만큼 인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지면 리그의 가치가 떨어지고, 가치가 떨어지면 투자도 준다. 관중 감소를 막을 해결책은 수준 높은 경기력이다. 마케팅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미있는 경기를 해서 관중들이 야구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개막 3연전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경기력은 이마저도 의구심이 들게 했다.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넥센히어로즈의 개막전 경기가 열렸다. 2회초 2사 1루 LG 정상호 내야 플라이 볼을 넥센이 실책하는 사이 1루주자 최재원이 홈까지 달려 세이프 되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개막 3연전, 3일간 5개 구장에서 열린 15경기 중 기록된 실책수는 무려 31개였다. 경기당 2개의 실책이 나왔다는 얘기다. 실책이 안 나온 게임은 1일 고척 넥센-LG전과 문학 kt-SK전 2경기뿐이었다.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기 후반(6회 이후) 나온 실책은 18개나 됐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해설위원은 “실책이라는 것은 한 시즌 전체를 두고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시즌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초반에 몇 개의 실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그게 전부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섣부른 판단은 지양했지만 “그걸 감안하고도 15경기에 31개의 실책이 나왔다는 것은 적지 않은 숫자다. 수비는 그 리그의 수준을 평가하는 대표 잣대인데 선수들의 집중력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실책으로 인해 팀이 지기라도 하면 열심히 응원하는 팬들의 힘을 빠지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4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선발 장원준이 1회말 2사 2루에서 이원석이 실책을 하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수비는 야구의 기본이다. 타자들이 아무리 많은 점수를 내도, 투수들이 아무리 잘 던져도 결정적 실책 하나로 경기의 흐름을 순식간에 내줄 수 있다. 이 위원도 “예를 들어 타격이 좋으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하자. 그런데 수비가 안 좋으면 타격으로 번 돈을 엉뚱한 데 다 쓰는 꼴이다. 저축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 가정은 흔들리게 된다”며 “게다가 수비력은 투수력과 직결된다. 장기적인 레이스를 소화하려면 투수가 안정돼야 한다. 투수를 도와주는 게 수비다. 두산이 우승후보인 이유도 수비가 좋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WBC에서 이스라엘, 네덜란드대표팀은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선보이며 야구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도저히 잡기 힘들 것 같은 안타성 타구도 낚아채 병살타로 엮어내면서 한국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물론 아직은 시즌 시작이다. 지금의 모습이 전부라고 보긴 힘들지만 야구팬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서는 우선 경기력 향상부터 시켜야한다. 경기력의 기본 중 기본인 수비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