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데스 국제형사재판소장 방한
국제형사재판소(ICC) 고위급 지역협력 세미나로 방한 중인 실비아 페르난데스 ICC 소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브리핑실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ICC 제소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ICC 고위급 지역협력 세미나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실비아 페르난데스 ICC 소장(62)은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3층 회견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페르난데스 소장은 “한국의 세미나 일정이 마무리되면 말레이시아로 가서 당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가해국인 북한과 사건이 발생한 말레이시아는 ICC 설립 근거 조약인 ‘로마규정’의 당사국이 아니다. 이 규정은 ICC가 재판을 맡을 수 있는 요건으로 △범죄가 당사국의 영토 내에서 발생한 경우 △범죄 혐의자가 당사국 국적자인 경우로 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남 암살 사건은 ICC에 회부될 수 없다. 그러나 페르난데스 소장은 말레이시아 당국과 협의해 사건 당사자들의 관련성을 파악해 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의 군위안부 문제 같은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ICC가 관여할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페르난데스 소장은 “ICC는 로마규정이 발효된 2002년 이후 발생한 사건만 관할권을 갖는다”며 “일본의 전쟁범죄는 유엔 안보리가 회부하더라도 사건을 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페르난데스 소장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30분간 만나 한국 대법원의 ICC 지원 등을 논의했다. 그는 “한국 사법부의 재판 매뉴얼을 참고해 정창호 재판관이 ICC에서 매뉴얼을 제작해 재판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페르난데스 소장은 아르헨티나 외교부 법률국 법무담당관과 주유엔 아르헨티나 대표부 법률자문관을 거쳐 외교부 인권국장을 지냈다. 2010년부터 ICC 재판관으로 활동하다 2015년 3월 송상현 전 ICC 소장 후임으로 선출됐다. 2018년 3월 퇴임할 예정이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