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여행사에 근무하는 지인에게서 앞으로 이 직종이 얼마나 살아남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여행사를 통해 비행기표를 구매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근 만난 동시통역사는 10년 이내에 기계에 일을 내어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내가 아는 미용사는 1990년대 20대 말에 어쩔 수 없이 퇴사해서 미용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자기 가게를 운영한다. 그녀는 5월에 연휴가 많아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하지만, 직업이 없어질 것 같은 걱정은 없다. 오히려 40대인 지금까지 직장에 있었다면 나와서 막막했을 거라 말한다.
베스트셀러 ‘일의 미래’에서 저자 선대인 소장은 ‘5년 뒤 당신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라는 괴로운 질문을 던진다. 직장인들은 이에 대해 답이 없고 불안하다.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첫째, 예술가들은 조직이 아니라 자신의 기술에 의존한다. 2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정규직) 직원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아웃소싱,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트렌드를 보도했다. 예전 어른들은 공부를 못하면 “기술이나 배워라”라고 했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자기만의 기술이 없어 미래가 불안하다. 50세를 전후하여 직장을 떠난 뒤 자기 기술이 있는 사람은 독립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결국 프랜차이즈 등을 통해 조직의 기술에 의존하고, 독립이 힘들어진다. 직장인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조직이 아닌 나만의 기술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둘째, 예술가들은 조직에 기대지 않기에 정기적인 급여를 받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자기 작품을 팔거나 돈벌이를 하게 된다. 미술이나 음악 하는 사람이 교습을 하거나 작가가 인세를 받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직장인이 회사를 떠나 정기적인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생각보다 빨리 온다. 정기적 급여를 받으며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팔 수 있는’ 기술을 축적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냥 기술’과 ‘팔 수 있는 기술’은 매우 다르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요리를 팔아서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판매할 수 없다면 정기 급여가 없는 상황을 헤쳐 나가기 힘들다.
셋째, 예술가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을 하고, 회사에서 배정한 부서에서 일한다. 예술가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비교적 뚜렷하다. 빅데이터는 유망한 직종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빅데이터 산업에 뛰어들 수는 없다. 세상의 변화를 쫓아가기 위해 우리는 외부에 눈을 돌린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보면 말문이 막힌다.
자신을 조직과 직책의 이름으로만 규정하면 미래는 매우 좁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기술을 만들어 내야 자신만의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도 가능하고 팔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생각을 확대해 보자. 여행사 직원보다는 사람들이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여행하도록 만들어 주는 전문가로, 미용사보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 더 자신감을 갖게 도와주는 전문가로 자신을 바라보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혼자만의 시간과 자신과의 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많은 사람은 미래에 대한 걱정만 하지 정작 깊이 있는 고민은 회피한다. 일단 월급은 나오기 때문에 고민을 미룬다.
예술가의 특성에서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어 보자. 삶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 분야의 탄탄한 기술을 갖고 있는가. 그 기술로 다른 사람의 감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날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