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우지희 능률교육 콘텐츠개발본부 대리
그러고 나서는 친척집 근교 도시의 공원에서 희한한 풍경도 목격했다. 공원 산책로 곳곳에 결혼 기념 촬영을 하는 커플들이 있었다. 그들은 턱시도나 웨딩드레스를 차려입지 않았고 웅장하고 화려한 배경 앞에서 어색한 포즈를 취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단정하고 반듯한 차림새 혹은 각자의 모국 전통 의상에 여자는 부케를 들고 베일을 쓰고 남자는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 중 한 커플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결혼식이 언제냐고 묻자, 시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그 기념으로 공원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따로 식을 올리진 않을 예정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른바 스몰 웨딩, 작은 결혼식의 현장을 보고 들으며 몇 년 전 나의 결혼식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일생일대의 큰 행사이자 인륜지대사인 결혼식을 앞두고 많은 신부들이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예식장을 걸어 들어가는 꿈을 꾼다지만 나는 정반대였다. 결혼을 축하하러 와주신 손님들에게 반듯하게 서서 인사도 못 드리고 숨통이 조이는 드레스를 입고 가만히 신부대기실에 꽃처럼 들어앉아 있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굉장히 드물던 스몰 웨딩을 야심 차게 준비했다.
게다가 결혼식은 신랑 신부의 부모님에게도 큰 행사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최소한의 인원만 초대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동안 지인들의 결혼마다 뿌린 축의금을 떠올리니 나도 거둬야 한다는 본전 생각이 나기도 했다. 더불어 왜 식도 제대로 안 올리고 시집가느냐, 도둑 결혼이 아니냐 물을 게 뻔한 주변의 시선들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남편과 함께 득과 실을 곰곰이 따져보니 결국 일반적인 결혼식을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현실적으로 가장 낫다는 결론이 났다. 그나마 남들 다 하는 결혼 기념 촬영을 하지 않고 간단히 둘이서 동네 사진관에서 한 장을 찍은 것이 간소한 부분이었지, 나머지는 여느 커플들처럼 똑같이 진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스몰 웨딩 야망은 실패로 돌아갔다.
몇 년이 지나 낯선 타국에서 내가 꿈꾸던 방식의 결혼식을 진행하는 커플들을 접하니 부럽고 대단해 보였다. 내가 겪었던 현실적인 한계들이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 합리적인 결혼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및 환경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날 공원에서 만난 웨딩 촬영 커플 옆에서 남편과 사진을 찍으며 만약 우리 자식이 스몰 웨딩을 하겠다고 말한다면 적극적으로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결혼 당사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그 윗세대가 될 우리의 마인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지희 능률교육 콘텐츠개발본부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