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의 원론적 사면 논의 언급… 맹공하는 민주당 비꼬인 심리 安, 기질에서부터 文과 틀려… 사드 배치 입장은 보수와 같아 단일화 못해도 심리적 연대로 대선 1대 1 구도 만들어야
송평인 논설위원
그러나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건 반대했건 인간적 정리(情理)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호송차를 타고 구치소로 향할 때의 표정을 보면서 우울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이 우울함은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사 중 자살하지 않고 살아 부인과의 ‘경제공동체’ 관계로 엮여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면 기뻤을까. 그를 지지했건 안 했건 우리 전체를 대표하던 대통령이 수감된다는 것은 우울한 일이다.
어제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전 대표는 얼마 전 ‘사면위원회’를 만들어 거기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발언에 더불어민주당이 맹폭을 가했다. 안 후보의 강조점은 사면을 엄격히 한다는 데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비난은 트집 잡기에 가깝다. 박 전 대통령 사면 논의 언급은 ‘사면위원회’ 언급에 이어서 상식선에서 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마저 두고 볼 수 없다는 쪽이야말로 단단히 비꼬인 것이다.
보수 진영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놓고는 확연히 갈라섰지만 얼마 전까지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수감에 최소한 유쾌한 기분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는 공통점이 있다. 호남 쪽 국민의당 의원들의 성향과는 상관없이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제3당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유권자들은 대체로 보수에서 움직여간 사람들이다. 안 후보는 보수는커녕 중도라는 평가도 거부하고 자신이야말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다른 진짜 진보라고 여긴다. 그러나 그의 자기 인식이 어떻든 그를 지탱하는 힘은 호남이라는 지역과 보수에서 옮겨간 유권자들이다.
연대를 위한 중요한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사면, 때가 되면 논의할 수 있다’는 측은 ‘사면, 말도 꺼내지 말라’는 측에 맞서 심리적 연대를 이룰 수 있다. 연대는 서로 다른 점을 감추고 서로 같은 점을 가능한 한 많이 찾아 부각시키는 과정이다. ‘발가락이 닮았다’는 김동인 소설의 주인공처럼 닮은 발가락이라도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안 후보의 사면 발언에 보수 진영을 넘보는 얼치기 좌파라고 공격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사드 배치 논란도 그렇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사드 배치 반대를 표명한 적이 없는데도 그 당의 의원들은 중국에 ‘조공(朝貢) 외교’를 펼치면서 사드 반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국민의당은 당론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긴 했으나 말뿐이었고 안 후보는 사드 배치는 이미 한미(韓美) 간에 합의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안 후보가 종착점을 잘 찾아왔으면 됐지, 오락가락한다는 식으로 공격하는 것은 연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는 결선투표가 없다는 맹점이 있다. 투표는 사실상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하는 것이 유권자의 사표(死票) 방지를 위해 바람직하다. 일대일 구도를 위해서는 최강자에 맞서 다른 후보들이 연대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연대는 단일화일 수도 있고 암묵적인 상호교감일 수도 있다. 자신이 역부족이다 싶으면 알아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