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실장-외교안보 수석 나눈 박근혜 청와대의 기형적 구조… 동맹국도 어디 전화할지 모를 판 대통령 신임따라 힘 쏠리므로 수석-안보실장 겸직하되 내각 위에 군림 못하게 하라 대통령은 NSC토론 주재해… 외교안보 정책 결정해야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외교안보 정책 컨트롤타워의 구조는 기형적이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차관급 이상 참모가 셋이나 되는 것도 기이하지만 치명적 문제는 세 참모 간의 책임과 역할의 경계가 불분명한 데 있다.
장관급 안보실장이 직속 차장을 통해 별도의 조직을 거느리고 있고, 외교안보수석은 외교 국방 통일 비서관을 휘하에 두고 안보실장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이원적 구조는 비효율과 혼선만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 동맹국과 우방국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청와대의 카운터파트가 누구인지 판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대통령도 누가 무슨 일을 맡고 있는지 헷갈릴 것이다. 외교안보 부처 간 입장을 조율하고 대통령에게 통일된 정책을 건의하는 데 집중해야 할 청와대 참모들이 내부 소통과 의견 조율에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해야 한다면 아무리 유능한 참모를 모아놓더라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고 보좌 기능은 마비되기 쉽다.
비서실장의 관여를 피하기 위해 비서실장과 동급의 실장 직위가 꼭 필요하다면 외교안보수석이 안보실장을 겸직하는 것이 최선이다. 실장 휘하에 수석을 별도로 두면 결국은 둘 중 대통령의 신임을 더 얻는 쪽으로 힘이 쏠리게 돼 있다. 대통령이 안보실장보다 수석의 의견을 더 신뢰하면 실장은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그 반대가 되면 수석은 유명무실해진다.
청와대 조직이 비대하고 수석참모의 계급이 높을수록 사실상의 내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국정의 중심이 돼야 할 공식 내각은 위축되고 청와대와 내각 간의 건강한 협업을 저해할 수 있다. 장차관을 역임한 대통령의 참모는 장관 위에 군림하거나 장관을 경쟁자로 인식할 수 있고 장관들의 자율성과 책임의식을 저하시킬 위험도 있다.
안보정책의 근간과 방향을 결정하는 헌법상의 조직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다. 그런데 NSC에는 외교안보 현안을 상시 다루지 않는 총리, 행정자치부 장관, 국민안전처 장관까지 포함돼 있다. 따라서 NSC는 국가안보에 관한 전략지침을 공식적으로 결정하거나 안보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만 소집하고 평소 현안 조정과 대응은 외교안보 장관들로 구성된 NSC 상임위원회를 활용하면 된다. 대통령이 매주 직접 상임위를 주재해 난상토론을 거쳐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나 대통령이 주재할 수 없을 때는 각 부처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청와대의 수석참모가 간사로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순리다. NSC 사무처 조직은 NSC나 상임위를 소집하고 기록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서너 명의 전담 직원만으로 구성해 외교안보수석 휘하에 유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위기관리에는 대통령과 총리 간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로서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에 집중하고 국내적 재난과 안전사고 대응은 총리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 대통령이 총리 직속의 국민안전처 장관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겸임하려고 하면 더 엄중한 국가 안보위기 발생 시 집중력과 순발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진다. 대통령은 유사시 군의 작전개념과 가용 군사적 수단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외교안보수석은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이 통수권자와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스킨십을 강화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