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의 삼나무와 전나무로 1930년에 지은 충북 진천군의 덕산양조장.
1930년 지어진 충북 진천군 덕산양조장. 이곳에선 1대 창업주부터 3대에 걸쳐 약주와 막걸리(탁주)를 빚어왔다. 고비는 많았다. 6·25전쟁 때에는 건물이 사라질 뻔했고, 막걸리 수요가 줄면서 1990년부터 10년 동안은 양조장 문을 닫아야 했다. 2000년부터 덕산막걸리가 부흥했지만 2014년 또 한 차례 경영위기가 닥쳤고 2015년부터는 전문경영인이 양조장을 맡았다. 일단 3대에서 대가 끊긴 것이다. 하지만 전통 제조기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술을 빚는 것만은 바뀌지 않았다.
이 건물은 양조장의 전형이다. 나무 널판으로 마감해 건물은 통풍이 잘된다. 환기와 열 배출을 위해 천장 높은 곳에 창을 두었고 온습도 조절을 위해 벽체와 천장에 왕겨를 두툼하게 채웠다. 최근 보수 과정에서 확인해 보니 왕겨는 전혀 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1930년에 심은 정문 앞 측백나무 향나무들은 햇빛을 막아주면서 동시에 특유의 향으로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한다. 더 놀라운 건 양조장 건물에 사용된 목재가 백두산의 삼나무 전나무라는 사실. 당시 압록강 제재소에서 나무를 켠 뒤 수로를 이용해 두 달에 걸쳐 이곳으로 운반해 왔다. 이 나무들은 지금도 갈라짐 하나 없이 생생한 모습이다.
덕산양조장은 술 익는 마을 덕산 주민들의 오래된 자부심이다. 현재 양조장을 운영하는 이방희 대표의 말. “양조장을 운영하면 할수록 이게 제 것이 아니라 덕산 주민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몇 년 뒤엔 창업자의 증손자(4대)에게 이 양조장을 맡기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도 100년 넘게 이어가는 양조 가문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광표 오피니언팀장·문화유산학 박사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