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기자
최근 프로농구에서는 ‘최선 논쟁’이 뜨거웠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지난달 23일 추일승 오리온 감독에게 규약 17조(최강 선수의 기용 및 최선의 경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금 500만 원을 부과한 게 발단이다. 추 감독은 전날 KCC와의 경기에 휴식을 이유로 주전 일부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4쿼터에는 ‘전력의 절반’이라는 외국인 선수도 내보내지 않았다.
오리온은 최하위 KCC에 지며 2위를 확정했다. 이날 경기가 없던 1위 KGC는 숙소에서 우승 소식을 들었다. 전날까지 두 팀의 승차는 2경기였다. KGC가 남은 2경기를 모두 지고 오리온이 이날 경기를 포함해 2경기를 모두 이겼다면 정규시즌 우승 팀이 바뀔 수 있었다. KGC의 전력으로 볼 때 역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어찌됐든 오리온이 최선을 다해 승리했으면 끝까지 순위 경쟁이 치열했을 것이라는 게 KBL의 주장이다. KBL 관계자는 “오리온이 꼴찌에게 맥없이 지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후 예정돼 있던 오리온 경기의 중계도 취소되는 등 흥행에도 차질이 생겼다. 단순히 주전을 뺀 것뿐만 아니라 경기 중 감독의 태도까지 검토해 내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결국 최선 논쟁은 감독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의 문제다. 한편에서는 감독의 선수 기용을 놓고 제재금까지 부과한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좋지만 모든 경기에서 100%의 전력을 가동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은 금전적인 대가 등을 노리고 승부를 ‘조작’하는 것과는 구별해야 한다. 후보 선수를 기용했다고 최선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해당 선수를 무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고의로 패배했는지는 추 감독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 생각을 읽을 수 없다면 추상적 잣대로 징계를 해서는 곤란하다. 앞으로도 감독의 선수 기용이 최선이었는지를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이때마다 KBL이 나서서 기계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추 감독의 선택이 ‘묘수’였는지 ‘꼼수’였는지는 PO가 끝난 뒤 팬들이 평가할 것이다.
이승건 스포츠부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