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전혜빈 열애설에 누리꾼 “박민영은 어쩌고” 발끈 진짜인듯 아닌듯 리얼예능의 속성… 진정성 논란 ‘우결’ 등서도 빈발
배우 박민영(왼쪽 사진)과 이준기가 출연한 tvN 예능 ‘내 귀에 캔디2’의 한 장면. 이준기는 근사한 저음으로 전한 꿀 같은 멘트로, 박민영은 화사한 에너지가 담긴 상큼한 말투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tvN 제공
4일 배우 이준기와 전혜빈이 사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 반응은 뜨거웠다. 유명 연예인의 열애설은 언제나 세간의 관심사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평소 같은 축하보다 이준기의 처신(?)에 대한 비난과 옹호가 함께 쏟아졌다.
실상은 이렇다. 최근 이준기는 tvN 예능 ‘내 귀에 캔디2’에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다. ‘내 귀에…’는 남녀가 통화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블라인드 소개팅’ 같은 느낌으로 진행하는 형식. 여기서 이준기는 근사한 모습으로 상대역인 배우 박민영과 달달한 분위기를 자아내 시청자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현실에선 다른 연인이 있단 사실이 밝혀지며 ‘진정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결국 tvN은 두 배우의 촬영 뒷얘기가 담긴 ‘내 귀에…’ 스페셜 방송을 8일 내보내려다가 취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이런 논박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예능 중에서도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에서 주로 일어난다. 상당수 시청자가 느끼는 배신감은 “리얼(real·실제)이라고 해놓고선 왜 거짓으로 방송했느냐”이다. 하지만 이는 방송가에서 통용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 장르에서 리얼은 짜인 대본을 따르지 않고 일정 정도 틀만 갖추고 그 안에서 출연자가 자신의 뜻대로 자유롭게 ‘연기한다’는 의미가 크다”며 “제작진이 추구하는 진정성과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진정성의 괴리가 이런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시청자 탓으로만 돌려선 곤란하다. 아무래도 이런 가상 연애는 ‘진짜인 듯 아닌 듯’ 경계가 흐릿해야 관심을 모으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시청자가 실제라고 착각하게 만든 장치나 상황을 만든 건 다름 아닌 방송사다. 한 예능 PD는 “아무래도 이런 프로그램은 보는 이들의 몰입도가 높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실망감을 더 세게 분출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청률 경쟁을 이유로 방송 안팎에서 더 자극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는 반성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