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사입니다”
보이스피싱에 유독 약한 2030 여성들
#2.
“서울중앙지검 김준호 검사입니다.”
지난달 15일 휴대전화를 타고 흘러나온 중저음의 목소리에 이모 씨(25·여)는 깜짝 놀랐습니다.
검사는 물론 수사기관에서 걸려온 전화도 처음 받아본 이 씨.
“네, 네” 하며 당황한 이 씨에게 ‘김 검사’의 말이 쉴 새 없이 이어졌습니다.
‘김 검사’는 갑자기 친절한 목소리로 “일단 현금을 인출해라. 국가연계통장에 보관해 주겠다”고 말했죠.
이 씨는 통장에서 1500만 원을 인출해 한 카페에서 ‘김 검사’가 보낸 ‘금융감독원 이성훈 대리’를 만나 돈을 건넸죠.
하지만 김 검사와 이 대리 모두 조선족으로 이뤄진 보이스피싱 일당.
경찰은 최근 ‘금감원 이 대리’로 가장한 김모 씨(31) 등 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피해자 6명은 모두 20대 여성으로 피해 금액은 무려 1억7000만 원에 달했죠.
#4.
일반적으로 자녀를 둔 부모나 노인들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많이 보는 걸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는 정반대.
가장 큰 피해자는 20~30대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전체 피해 건수 중 74%(2152건)가 20, 30대 여성 대상 범죄였죠.
피해액은 무려 175억4100만 원.
#5.
반면 20, 30대 남성은 233건, 19억1000만 원에 불과했죠.
같은 연령 대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피해가 훨씬 컸습니다.
40, 50대 여성의 피해도 238건, 23억6300만 원으로 젊은 여성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6.
20, 3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타깃으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요.
전문가들은 우선 사회경험 부족을 꼽았습니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고 남성들과 달리 범죄 관련 용어나 정보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죠.
#7.
“피해자 나이가 어릴수록 검찰, 금감원 등 국가 기관 이름을 대며 권위와 신뢰감을 조성하면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막상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해 알고 있는 보이스피싱 수법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닥치면 대처 능력을 상실한다.”
-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여성이 위기 상황에 놓이면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정도가 높은 것도 원인.
범인이 급박하고 고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경우 이성적 판단보다 불안한 감정이 앞서 범인에게 동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몰입 효과가 너무 뛰어나 자신이 첫 번째 내렸던 판단에 집착하는 편향적 성향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원본|신규진 기자
기획·제작|이유종 기자·김한솔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