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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측 “특검의 선입관” 조윤선 “오해 쌓인 것”

입력 | 2017-04-07 03:00:00

블랙리스트 주도혐의 첫 공판 출석… 둘다 “집행과정 개입 안해” 주장
증인 유진룡, 면직이유 질문받자… “김기춘 前실장에게 물어보라” 신경전




“성탄절 직후 특검이 저희 집에 참고인 압수수색을 오셨을 때 저에 관한 의혹을 풀어 주십사 했는데 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운용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은 6일 첫 재판에서 이렇게 심경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공판에 출석한 조 전 장관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척한 모습이었다. 인적 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인정 신문’을 위해 재판장이 “피고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라”고 말했는데, 조 전 장관은 다른 생각을 하느라 못 알아들은 듯 30초 정도 앉아 있다 뒤늦게 벌떡 일어섰다.

조 전 장관은 공판에서 “이 사건은 언론 보도를 비롯해 저에 대해 깊은 오해가 쌓여온 것 같다”며 “제가 근무했던 시간과 자리를 생각할 때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동안 겪은 일을 (재판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를 지시하거나 주도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법정 방청석 맨 앞줄에 조 전 장관의 남편 박성엽 변호사(56·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앉아서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조 전 장관은 법정에 들어서며 박 변호사를 한 차례 쳐다본 뒤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힘없는 표정으로 재판부를 응시했다. 간혹 얕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재판을 마친 뒤 조 전 장관은 박 변호사와 짧게 눈인사를 나눈 뒤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이날 공판엔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도 출석했다. 조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수의가 아닌 검은색 정장을 입은 김 전 실장은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재판 도중 지그시 눈을 감거나 미소를 지었다.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의 의사를 그대로 이행하거나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며 “유신시대처럼 정부를 비판하는 작가를 잡아넣으라고 한 게 아니라 지원 배제 이슈를 제기했을 뿐이며 집행 과정에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직접 의견을 밝히겠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이 “보조금을 주지 않는 게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은 특검의 선입관”이라고 변론하자 법정의 한 방청객은 “그게 왜 선입관입니까.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라고 외쳤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방청석을 돌아보지 않았다.

이날 공판에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1)이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실장 측과 신경전을 벌였다. 유 전 장관은 “장관에서 면직된 이유가 무엇이냐”란 특검 측 질문에 “김 전 실장에게 여쭤 보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김 전 실장 측이 한꺼번에 여러 질문을 하자 유 전 장관은 “질문을 끊어서 하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변호인은 “증인이 그 정도는 이해할 줄 알았다”며 맞섰고, 유 전 장관은 “아이큐 테스트도 아니고 상당히 모욕적인 말이다. 사과하라”고 반발했다.

김민 kimmin@donga.com·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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