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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갈등 격화땐… IS 공동전선 균열 우려도

입력 | 2017-04-08 03:00:00

美 “화학무기에 대응한 일회성 공격”… 확전 선 그었지만 아사드 축출 시사
아사드 정권 비호 러와 충돌 가능성




미국은 6일(현지 시간)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폭격이 화학무기 사용에 대응하는 ‘일회성(one-off)’이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시리아 및 중동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폭격의 목적은 시리아 정부가 다시는 이런 행위(화학무기 사용)를 못 하게 하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미국의 중동 개입이 막대한 재정 적자를 불러왔다며 추가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2003년 이라크전쟁에 대해서도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라고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만큼 이번 폭격이 지상군 전면 투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확실하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플로리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영접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사드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아사드가 한 행동들을 볼 때 그가 더는 시리아 국민을 다스릴 역할은 없어 보인다”며 “어떻게 아사드를 물러나게 할지 그 과정은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와 비교할 때 시리아 정세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 변수다. 내전 초기에는 반군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러시아가 군사개입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사드 정권이 러시아의 든든한 후원을 등에 업고 내전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시리아를 중동 패권 장악을 위한 최전선 교두보로 여기고 있어 미국이 아사드 정권 퇴진 기치를 내걸고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시리아 내전이 미국과 러시아 간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가 취임 전부터 공언해 온 이슬람국가(IS) 섬멸 전선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은 IS 공동 격퇴를 전제로 러시아-이란-터키 3자 중재를 통해 휴전상태를 유지해 왔다. 미국의 폭격에 대해 정부군이 반군에 보복하거나, 반군이 기세를 얻어 공세를 가한다면 간신히 수립한 휴전 체제는 무너지고 정부군-반군-IS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의 줄리 비숍 외교장관은 아사드 대통령이 IS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축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윤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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