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논설위원
새 대통령 지시 1호는 사드?
주중 한국대사관은 속수무책이다. 양국 간 외교채널은 사실상 끊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온갖 핑계를 대며 과장급 이상 고위급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김장수 대사 명의로 롯데 영업제한을 풀어 달라는 서한을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 공안에 보냈지만 중국 측은 ‘영업제한 연장’ 통보로 응답했다. 그나마 서한 접수 자체를 거부당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는 푸념까지 나오는 판이다.
5·9대선 이튿날 아침 투표 결과가 확정되자마자 출범하는 새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강(兩强) 구도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누가 되든 정권 교체다. 문 후보와 민주당은 사드 배치의 재검토와 함께 국회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안 후보는 사드 배치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지만 그가 속한 국민의당 당론은 배치 반대다.
군 안팎에선 새 정부가 출범하면 사드 배치 절차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 외교안보 분야에서 내놓을 첫 조치가 사드 배치 중단까진 아니겠지만 배치 절차의 동결이나 최소한 속도 조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한다. “절차를 들여다보자”며 재점검 지시가 내려지면 배치 시기는 연기될 수밖에 없다. 더욱 큰 걱정은 대외적 파장이다. 당장 중국은 반색하겠지만 미국은 어떨까.
두테르테식 ‘총명한 외교’?
남중국해에 스카버러라는 환초 섬이 있다.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고 필리핀 주둔 미군이 사격훈련을 했던 곳이다. 중국은 2012년 이 섬을 사실상 점령하고 실효지배에 들어갔다. 필리핀산 바나나 수입까지 막아버렸다. 이에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미국과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동맹관계를 강화했다.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