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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사람이 되고 싶은 로봇의 인간 관찰기

입력 | 2017-04-08 03:00:00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닉 켈먼 지음·김소정 옮김/324쪽·1만6000원·푸른지식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의 발전이 눈부시다. 그러나 과연 기계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인공은 미래의 로봇 ‘안드로이드 잭’이다. 그의 절체절명의 미션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어 3주 후 소멸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다. 잭은 엄청난 학습능력으로 직장, 돈, 종교, 섹스, 예술, 유머 등 인간 삶의 다양한 면면을 탐구하며 ‘인간이 되는 법’을 공부한다. 안드로이드가 인간처럼 보이려면 따라해야 하는 인간의 행동은 때로는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인간처럼 보이려면 싱크대에는 반드시 그릇을 몇 개 쌓아 두어야 하고, 식재료는 곰팡이가 피기 전까지 냉장고에서 꺼내면 안 된다. 연인관계에서는 상대방의 몸에 되도록 자주 밀착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멀리 떨어지고 눈도 마주치지 않아야만 사람이 아니라는 의심을 받지 않는다. “직장에서는 일하는 것처럼 보이되, 일을 정말로 끝내야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실제로 일을 끝내선 안 된다. 인간은 이 같은 전략을 ‘미루기’라고 하는데, 사람처럼 보이려면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이다. 그럼 일하는 시간에는 뭘 해야 하나? 인터넷으로 고양이 사진이나 다른 사람의 아기 사진, 혹은 스포츠, 게임, 성적 자극을 주는 사진처럼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들을 찾아보면 된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저자가 로봇의 눈으로 본 인간 관찰기에는 유머가 넘친다. 잭이 찾아내는 인간성은 가식적인 모습, 허영에 가득 찬 모습이다. 그러나 부정하고 싶어도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나 자신의 인간성을 돌아보게 만든다. 잭은 결국 자기 이익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하는 사람 따위는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의 스승이자 멘토, 연인이었던 그녀를 구하기 위해 더 이상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고,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기로 결심했을 때…. 잭은 진정한 사람이 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