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소개팅 등으로 알게 된 몇몇 여성에게 2, 3번째쯤 만남에서 책을 선물하곤 했다. 돌이켜 글로 옮기자니 차마 어떤 책을 골라 건넸는지 제목을 언급하기가 민망해진다.
누군가로부터 받는 선물이 가장 큰 기쁨과 두근거림을 안기는 순간이 내용물 정체를 모른 채로 조심조심 포장을 뜯는 짤막한 시간이라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당연히 좋은 반응을 얻었을 리 없다. 하등의 의외성 없이 선정한 유명 작가의 대표작에 ‘내가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을 좍좍 밑줄 쳐 건넸다. 포장조차 안 했다. 얄팍한 독서량, 받는 이의 취향을 일말도 고려하지 않은 무심함, 텍스트 해석의 방향을 제시하는 무례함까지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었다. 그녀들에게 이제 와서 몹시 미안해진다.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나잇값 못하고 지금도 이따금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마다 습관적으로 자기중심적 선택을 한 뒤 때늦은 후회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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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는 이도, 판매하는 이도, 소개받는 작가도, 모두가 즐겁다. 아아, 책 선물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만시지탄.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