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윤석민(오른쪽)이 9일 잠실 두산전에서 2회 쐐기홈런을 터뜨린 뒤 홈으로 귀환하고 있다. 타선이 궤도를 찾아가며 넥센은 두산 3연전 스윕에 성공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역시 4번타자였다. 넥센 윤석민(32)이 시즌 초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개막 후 5연패에 빠졌던 넥센은 그의 활약 속에 3연승을 올리며 반전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윤석민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홈런 1방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을 올리며 팀의 13-3 승리를 이끌었다.
0-0으로 맞선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윤석민은 두산 선발투수 고원준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때리면서 타선의 심지에 불을 붙였다. 그가 앞장서자 넥센은 2회에만 타자일순하며 무려 14명의 타자가 나서 10점을 뽑아냈다. 특히 2회 타순이 한 바퀴 돌고 6-0 리드 속에 2사 1루서 2번째 타석에 나선 윤석민은 장쾌한 좌월 2점홈런을 날리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넥센은 이후 3점을 더 추가한 뒤에서야 잔인한 2회 공격을 마무리했다. 윤석민은 11-0으로 앞선 5회에도 2사 1루서 상대 3번째 투수 김명신을 상대로 우전안타를 치며 득점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넥센 윤석민.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무엇보다 이번 두산과 3연전에서 방망이가 뜨거웠다. 7일엔 5타수 2안타, 8일엔 6타수 5안타, 그리고 이날 5타수 3안타 등 총 16타수 10안타(0.625)를 기록했다. 넥센이 개막 5연패 후 지난해 우승팀 두산을 만날 때만 해도 어둠의 터널은 끝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두산에 3연전 스윕을 거뒀다. 넥센의 반전 드라마 중심에 바로 4번타자 윤석민이 있었다.
윤석민은 경기 후 “지금 계속 해서 안타”라는 축하 인사에 “매 타석 집중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다”며 웃더니 “두산전이라서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14년 넥센으로 이적한 바 있다. 이후 이상하게 친정팀을 상대로 유난히 강한 면을 보이고 있다. 2014년부터 이날까지 두산전에서만 통산 타율 0.381(126타수 48안타), 5홈런, 35타점을 기록 중이다. 전 구단을 통틀어 두산전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타점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두산전만 되면 편하고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윤석민은 이날 홈런을 친 상황에 대해 “오늘 홈런은 운이 좀 좋았다. 노린 건 아니었고, 직구 타이밍을 보고 있었는데 감이 좋아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겸손해 하면서 “중심타자로서 타점을 많이 올리는 게 목표”라고 듬직하게 말했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