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26년… 권한-기능 업그레이드하자]<상> ‘법령의 속박’ 틈새서 호평받은 조례들
《 민선(民選) 지방의회가 수립된 지 26년이 됐다. 실질적 주민자치를 이뤘다고 보기에 현재 지방의회의 모습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방분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중앙정부 중심의 체제로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잡다기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다. 중앙과 지방이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는 지방분권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개선책은 무엇인지 3회 시리즈로 살펴본다. 》
지난해 서울시의회가 ‘서울특별시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를 개정하면서 지하철역 출입구 반경 10m 안은 금연구역이 됐다. 법으로는 더디기만 한 조치를 조례가 신속하게 해낸 사례다. 동아일보DB
2013년 경기 부천시와 서울 성북구, 노원구에서 시작해 서울시, 경기도 같은 광역단체를 포함해 전국 지자체 86곳이 도입한 생활임금제가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이 매년 8월 결정될 즈음 노·사·정 모두가 몸살을 앓는다. ‘더 올려야 한다’는 노(勞)와 ‘이걸로 충분하다’는 사(社), 그 사이에서 정(政)은 진땀을 뺀다. 이 틈새를 비집고 나온 것이 지자체의 생활임금조례였다. 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한다면 생활임금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기준이다. 조례가 있는 지자체마다 각자 재정 형편에 맞춰 통상 최저임금의 1.2∼1.4배 수준으로 정한다.
서울시 생활임금은 정부의 최저임금 6470원보다 1727원 더 많은 시간당 8197원이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은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직접고용인력 및 공공계약을 체결한 하도급 소속 근로자 등이다. 하지만 대상은 공공분야 내에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월 생활임금조례를 통과시킨 부산 중구는 비정규직 200명에게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서울시의회는 ‘경제민주화 기본조례안’을 공포했다. ‘조례가 너무 추상적이다’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 조례에 근거해 관련 정책을 추진하자 시민의 호응은 뜨겁다. 불공정거래 피해의 사각지대에 있던 소상공인, 불법 대부업에 시달리는 금융취약계층,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고민과 민원을 호소할 수 있는 서울시 ‘눈물그만센터’를 통해 실질적 도움을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김광수 의원(도봉)을 비롯한 서울시 시의원 15명은 지난해 10월 ‘서울특별시 지방공무원 복무조례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명 ‘퇴근 후 업무 카카오톡 방지법’이다. 업무 시간 이후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업무 지시를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서울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시도다. 서울시의회 안팎에서는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관련 법률로 확산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 자치입법권의 한계는 어디인가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 조례 제·개정의 제약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례는 상위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전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지방의회의 입법권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방법으로 현재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고 돼 있는 지방자치법 22조를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한도’로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법령의 범위 안에서’는 ‘법령의 위임이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좁게 해석된다. 반면 ‘위반하지 않는 한도’로 바꾸면 법률의 위임이나 근거가 없더라도 지방의회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여지를 갖게 된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등은 지난해 8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태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헌법 법률 조례로 이어지는 큰 틀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면서도 “조례를 만들고 싶어도 상위 법령이 모호해 만들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지현 isityou@donga.com·강승현·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