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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혜림의 미니멀 라이프]버리기 힘든 추억은 추억함에

입력 | 2017-04-10 03:00:00


추억함에 담긴 정리된 추억들.

선혜림 스타일리스트

미니멀 라이프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불필요한 물건을 비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살아왔기에 꼭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고 불필요한 것을 비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건을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물건을 비우는 것이죠. 특히 추억이 담긴 사진을 모아놓은 두꺼운 앨범, 상장,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 등은 쉽게 비우기 어렵습니다. 이런 물건들은 무조건적인 비움보다는 잘 남기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자신만의 추억함을 마련합니다. 저는 첫 유럽여행을 떠날 때 샀던 여행 캐리어를 추억함으로 정했습니다. 그 캐리어 크기만큼만 나의 오랜 추억을 담는 것입니다. 앨범 속 사진들은 하나씩 스캔합니다. 스캔을 하고 나서도 버리기가 어렵고 늘 곁에 두고 싶은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은 얇은 앨범 하나에 담습니다. 다음으로 비우고 싶지 않은 상장은 클리어 파일 하나에 모두 담습니다.

친한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는 버리기 아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생각한 방법은 보관하기 적당한 앨범 하나를 선택하고 그 편지를 펼쳐서 정리하는 것입니다. 선택한 앨범에 들어갈 정도의 편지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비움을 결정했습니다. 정말 버리기 곤란한 물건들은 최대한 부피를 줄여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듯 미니멀 라이프란 무조건적인 비움이 아닌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에 맞추어 비움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성공적인 비움을 위해 가족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조율해야 합니다. 가족 구성원이 많은 경우에는 의견을 맞춰가기가 쉽지 않아 비움이 어렵다는 분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 저희 시부모님이 이사를 하게 되어 남편과 함께 물건 정리를 도와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한곳에 10년 이상 거주하다 보니 엄청난 물건들로 공간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많은 물건들 속에서 비울 물건들을 분류하려다 보면 며칠 밤을 새워도 불가능할 정도였지요. 이때 무조건 쓰레기 봉지에 담으려는 남편과 저 때문에 어머님이 많이 속상해하셨습니다.

이럴 때는 자신의 공간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님이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공간을 자신의 기호에 맞춰 비우려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가 쉽기 때문에 의견 조율이 불가피한 공동 공간보다는 자신의 공간을 먼저 비우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자신의 예전 물건을 먼저 비우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보던 오래된 책들, 이제는 오래돼 사용이 불가능한 물건들, 입지 않는 옷 등이죠. 책은 중고책방에, 물건은 재활용품 가게에 팔았습니다. 이렇게 하나둘씩 남편의 오래된 물건부터 정리하다 보니 그 모습을 보고 남편의 동생도 자신의 물건을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의견을 조율하기 힘들 경우에는 자신의 공간을 먼저 들여다보고 비움을 실천한 후 그 공간의 변화된 모습을 보며 다른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선혜림 스타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