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시장 연평균 10%이상 성장… 유치원 이어 ‘노후견 맞춤치료’ 인기 ‘펫 시터’ 등 스타트업 창업 열풍… “2020년 6조원 시장으로 클 것”
《 올해 3년생 강아지 ‘복순이’는 사료를 먹지 않는다. 그 대신 주인이 직접 팬에 구운 군고구마와 양배추, 사과, 딸기 등으로 매일 식사를 한다. 관절과 피부에 좋다는 영양제도 잊지 않고 챙겨 먹는다. 복순이는 ‘패셔니스타’이기도 하다. 복순이가 입는 옷은 보통 한 벌에 3만 원이 넘는다. 발바닥 피부가 예민해 산책 때는 하나에 2만 원짜리 ‘풍선 신발’도 신는다. 주인인 회사원 김모 씨(31)는 “돈과 노력이 들지만 복순이는 가장 힘들 때 곁을 지켜준 가족이다. 아깝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산업 시장은 2015년 기준 1조8000억 원 규모다. 2020년 6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고 관련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올해 3월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전담 조직인 동물복지팀을 신설했다.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들도 잇달아 반려동물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
최근 반려동물 산업의 키워드는 ‘참살이(웰빙)’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반려동물 수가 2000년대 초반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현재 노령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프리미엄 사료나 영양제, 의료서비스 등 나이 든 반려동물과 관련된 수요가 늘고 있는 단계라는 것이다.
동물병원, 호텔, 유치원, 쇼핑몰 등을 운영하는 반려동물 전문 기업 ‘이리온’은 현재 반려동물을 위한 줄기세포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지방, 혈액 등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반려동물에 많은 관절염, 아토피, 신부전, 디스크 질환 치료에 활용하는 것이다. 박소연 이리온 대표는 “치료 건수가 200건에 이르는데 고객 대부분이 만족한다. 노령견, 노령묘가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도 전문 장비를 갖추고 고도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동물병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도 잇달아 애완동물 관련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주로 프리미엄 사료와 반려동물 샴푸 등 케어 제품 위주다. KGC인삼공사는 2015년 홍삼 성분을 넣은 반려동물 사료를 개발해 ‘지니펫’이라는 브랜드로 선보였다. 최근에는 영양제, 보조식도 내놨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이 10% 이상으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미국과 일본은 반려동물 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0.3% 수준인 데 비해 한국은 0.1%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은 더 커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신규 업체가 늘면서 새로운 업종도 등장하고 있다. ‘도그메이트’는 여행 때문에 집을 비우는 주인들을 대신해 반려견을 돌봐주는 ‘펫 시터’ 업체다. 돌보미가 직접 적은 ‘돌봄 일지’를 주인에게 보내주는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창업 약 1년 만에 한 달 평균 60∼70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이하영 대표(29)는 “직접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평소 아쉬웠던 점에 착안해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연계한 곳도 있다. ‘인투씨엔에스’는 2007년부터 전국 동물병원과 수의과대학, 동물원, 야생동물구조센터 등에 차트 관리 시스템을 공급해 온 업체다. 지난해부터 반려동물 건강수첩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들고 인근 병원 정보와 반려동물 사진,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사물인터넷(IoT) 반려동물 웨어러블 기기와 반려견 전용 TV 서비스 사업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목줄에 달면 반려동물의 위치 확인과 활동량 분석, 음성메시지 발송 등이 가능한 웨어러블 ‘T펫’을 선보였다. KT는 반려견 전용 유료 채널 ‘도그 TV’와 ‘해피독’을 운영하고 있다.
이새샘 iamsam@donga.com·곽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