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너도나도 주요 사업 채택 고객 관심 갖는 서비스-정보 제공, 빅데이터 구축해 마케팅에도 활용 선두주자 삼성카드 ‘육아 커뮤니티’, 1년만에 가입자 수 21만명 돌파 유아교육 ‘키즈곰곰’도 3월 선봬… 신한카드-하나금융그룹도 가세
2015년 말 임신한 민정혜 씨(27)는 산부인과를 찾을 때마다 아쉬움이 남았다. 병원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볼 수 있었지만 다른 사진을 앱에 올리거나 정보를 공유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갈증은 지난해 3월 삼성카드의 육아 커뮤니티를 만나면서 해소됐다. 해당 인터넷사이트나 앱을 통해 친정, 시가 가족들이 아이의 사진을 공유하고 선배 산모들로부터 ‘육아 꿀팁’도 얻을 수 있었다. 수시로 이벤트가 열려 육아 용품도 싸게 구매했다. 민 씨는 “보통 친정과 시가에 각각 아이 사진을 보내는데 한번에 공유할 수 있어서 편했고, 기저귀나 레깅스 등도 시중보다 20% 저렴하게 샀다”며 만족해했다.
삼성카드가 지난해 1월 선보인 육아 커뮤니티 ‘베이비스토리’가 올해 초 가입자 21만 명을 돌파했다. 이곳에선 출산·육아 과정을 가족들과 공유하고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말 유아교육 커뮤니티 ‘키즈곰곰’도 선보였다. 4∼6세 아이들이 대상이다. 교육 콘텐츠를 안내하고 일기 등을 올리면 가족들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올해 안으로 40, 50대 중년층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도 계획하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커뮤니티를 통해 고객의 관심사와 트렌드에 맞는 서비스 및 저렴한 상품 정보 등을 제공한다”며 “커뮤니티는 가맹점들과 고객을 연결해 주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의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최근 ‘오가닉 비즈니스’로 불린다. 고객들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주변에 이를 홍보하며 그 안에서 소비까지 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사업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오가닉 비즈니스가 중요한 사업 모델로 급부상 중이다.
신한카드는 다양한 업체들과 협력해 고객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신한카드는 GS25, 아모레퍼시픽, 홈플러스, 하나투어 등 41개 업체와 모바일 플랫폼 동맹을 맺고 있다. 이를 활용해 만든 게 신한FAN 앱이다. 이곳에서 업체들의 서비스와 상품 정보를 얻고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연동해 놓았다.
하나금융그룹은 콘텐츠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1월 하나금융그룹은 통합멤버십 모바일 앱에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와 비슷한 증강현실(AR) 서비스 ‘하나머니고’를 선보였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기는 타 업종과 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시대”라며 다양한 콘텐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품의 가격 경쟁이나 프로모션으로 승부하는 것으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오가닉 비즈니스에는 수익 이외에도 기대되는 것이 있다. 바로 빅데이터 구축이다. 삼성카드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부모 및 조부모 소비 현황, 외식 소비 금액 등의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신한카드는 GS25 편의점과 협력해 모은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타깃 마케팅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취급액을 월평균 16억 원씩 늘릴 수 있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오가닉 비즈니스
판매자가 아닌 고객이 플랫폼 내에서 직접 네트워크를 만들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 또는 홍보해 수익을 일으키는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