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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 지금 취업 도전한다면? 스펙 모자라 쉽지 않겠네

입력 | 2017-04-11 03:00:00

[청년에게 일자리를/청년이라 죄송합니다]1부 ‘노오력’의 배신
대선후보 스펙으로 취업컨설팅해보니





취업준비생이 ‘스펙타쿠스’로 진화하는 사이 ‘스펙’도 한 단계 올라섰다. 이 단어가 2004년 국립국어원에 ‘신어’로 공식 등록될 당시 스펙의 정의는 ‘학력, 학점, 토익 점수를 합한 것’이었다. 13년이 지난 현재 학력, 영어점수는 물론이고 각종 자격증, 공모전, 봉사활동, 인턴 경험 등 기본 항목만 9종에 달한다. ‘외모’ 스펙을 쌓으려는 성형수술까지 스펙 범주에 들어갔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3, 4월 전국 47개 대학과 고시촌에서 만난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청년일 때 타임머신 타고 2017년으로 건너와 취업원서를 내보면 우릴 이해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취재팀은 ‘세대 간 소통 차원’에서 대선 주자들로부터 △출신 대학 △학점 △영어점수 자격증 등 졸업 당시 스펙을 받았다. 또 “다시 청년이 된다면 어떤 직업에 도전하겠느냐”라고 질문해 답을 받았다.


● 5·18때 구속됐던 문재인
시위 전력으로 공기업은 어려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영어 점수나 경영, 컴퓨터 관련 자격증은 없다. 문 후보 측은 “5·18 당시 구속됐으나 사법시험 합격으로 석방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졸업해 학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요즘 선망의 대상인 공기업 입사는 그에게 가시밭길이다. 컨설팅 결과 문 후보의 사회 비판의식, 시위 전력 등은 공기업 신입사원으로 뽑히기에는 큰 약점이었다. 잡매치 김성욱 대표는 “공기업들은 비판의식이 강한 신입사원을 꺼린다”며 “반면 비판의식을 통한 적극성, 문제 해결 의지 등이 강점으로 보여 대기업 법무팀에 입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다시 청년이 되면 “역사학자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구조조정이 심해져 인문학 신임 교수를 거의 뽑지 않는 요즘 분위기에서 쉽지 않다.




● ‘의대 졸업학점 3.83’ 안철수
창의성 강점… 내향적 인상은 약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후보 중 학점은 가장 높다. 그가 졸업할 당시 학점 3.83점(4.30 만점)은 최상이었지만 고스펙 시대인 요즘은 4.0점은 넘어야 기업이 ‘성실하다’고 본다. 서류전형에 합격하면 매일 3, 4시간 3∼6개월 준비하는 대기업 인·적성 검사를 통과해야 면접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안 후보의 공부 실력이면 합격은 무난하다고 평가됐다. 면접 시에는 창의성이 강점으로 부각되는 반면 다소 내향적인 인상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공기업보다는 대기업 입사가 유리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청년이 된다면 “창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청년들 중에는 취업과 관련해 부모와의 눈높이 차이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 ‘행정학과 학점 3.0’ 홍준표
서류 통과 아슬아슬한 점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그는 “영어점수는 따로 없지만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영어를 잘해도 기본적으로 토익은 950점, 토익스피킹은 8등급 만점에 7등급 이상, 영어회화 시험인 오픽은 IH등급 이상의 점수가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을 갖춘 일명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문과 출신조차 보통 입사원서 서류 10개를 내면 3개 정도만 통과된다. 홍 후보의 학점(3.0)은 요즘 기준으로 서류 지원이 가능한 턱걸이 점수다. ‘학점이 왜 이따위냐’ 식의 압박면접을 받을 수 있다. 참지 못하면 바로 불합격.




● ‘美 유학파 경제학 박사’ 유승민
입사면접시 ‘근속 의지’ 보여야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취업 전문가들은 유 후보가 대선 주자 중 대기업 취업에 가장 유리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서울대 경제학과인 데다 학점은 4.30 만점에 3.19. 그 역시 영어점수와 자격증은 없지만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 학위까지 고려하면 대기업 산하 경제연구소 입사도 가능하다. 다만 그의 성향이나 스펙상 일반 대기업들은 “뽑아도 2, 3년 내에 나갈 거 같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는 점이 약점. 기업이 압박면접으로 장기 근무 가능성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 ‘역사교육과 학점 2.5’ 심상정
학점 안보는 외국계기업 노려야


심상정 정의당 후보=심 후보는 국내 주요 기업에 지원할 수 없다. 기업 공채 지원 자격인 ‘학점 3.0 이상’에 미달되는 학점(2.5점) 때문. 학점을 안 보는 외국계 기업이나 역사교육 전공을 내세워 빨간펜, 대교 등의 교육기업을 노리면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심 후보는 청년으로 돌아가면 “역사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2017 중등 임용고시’의 경우 5989명 선발에 총 5만3770명이 몰렸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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