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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무관의 제왕’, 그린재킷 품다

입력 | 2017-04-11 03:00:00

가르시아, 로즈 꺾고 마스터스 우승… 15번 홀 이글뒤 연장서 버디로 감격
1999년부터 19번의 도전 끝 한풀이… 메이저 대회 ‘73전 74기’ 신화창조




1999년 마스터스에서 베스트 아마추어에 선정된 당시 19세 세르히오 가르시아(왼쪽)와 우승자인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 동아일보DB

오랜 메이저 대회 무관의 징크스를 떨쳐낸 세르히오 가르시아(37·스페인)는 우승을 확정한 뒤에 한풀이라도 하듯 제81회 마스터스가 열린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파72)의 그린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 한동안 그린을 응시하던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쉰 뒤 약혼녀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가르시아는 “1999년 아마추어로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했을 때 ‘언젠가는 이 코스에서 한 번은 우승을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다”고 말했다.

가르시아는 10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끝난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연장 끝에 저스틴 로즈(37·잉글랜드)를 제치고 메이저 대회 첫 정상에 올랐다. 4라운드까지 9언더파 279타로 로즈와 동 타를 이룬 가르시아는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첫 연장에서 버디를 낚아 보기를 한 로즈를 꺾었다.

가르시아는 1996년 브리티시오픈(컷 탈락)에서 메이저 대회에 데뷔한 이후 21년 만에, 메이저 대회 74번째 출전 만에 메이저 왕관을 차지했다. 마스터스에서는 19번째 도전 만에 그린재킷을 입었다. 가르시아는 “메이저 대회 마지막 라운드가 열린 일요일(현지 시간)에 이렇게 편안한 기분이 든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1999년 마스터스에서 베스트 아마추어에 선정된 당시 19세 세르히오 가르시아(왼쪽)와 우승자인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 동아일보DB

세 살 때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은 가르시아는 19세이던 1999년 마스터스에서 당시 아마추어 최고 성적인 공동 38위를 차지하며 ‘신동’으로 떠올랐다. 그해 프로로 전향한 뒤 참가한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42·미국)와 접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유럽의 우즈’로 불렸던 그는 이후 PGA투어 9승, 유럽 투어 12승 등을 기록했지만 메이저 대회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2007년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연장 끝에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게 우승컵을 내주는 등 메이저 대회 준우승만 네 번을 기록했다. 그동안 ‘메이저 우승이 없는 강자’로 불렸던 가르시아는 마침내 그린재킷을 입고 불명예를 벗었다. 그는 “이제 메이저 대회 1승을 거둔 선수 중에 최고의 선수로 불릴 것 같다”며 웃었다. 가르시아의 메이저 우승 소식에 우즈는 트위터를 통해 “가르시아에게 축하를 건넨다. 그는 우승할 자격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1999년 마스터스에서 베스트 아마추어에 선정된 당시 19세 세르히오 가르시아(왼쪽)와 우승자인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 동아일보DB

가르시아가 우승한 날은 현지 시간으로 그의 우상인 ‘스페인 골프 전설’ 세베 바예스테로스가 60년 전 태어난 날이다. 바예스테로스는 1980, 1983년 마스터스를 제패한 선수로 프로 통산 91승을 기록했다. 그는 2011년 뇌종양으로 숨졌다. 미국 ESPN에 따르면 가르시아는 첫 마스터스에 참가했던 1999년 연습 라운드에서 바예스테로스, 우즈와 함께 경기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가르시아는 “바예스테로스는 내가 마스터스에 참가할 때마다 많은 조언을 해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면서 “오늘 우승한 것도 오늘로 60번째 생일을 맞은 바예스테로스가 하늘에서 내 퍼팅과 샷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2002년 국내 메이저 대회인 한국오픈에 출전해 우승했던 가르시아는 샷을 할 때 30차례까지 왜글(손목풀기)을 하는 등 나쁜 경기 매너로 눈총을 사기도 했으며 테니스 스타들과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한물간 스타로 취급됐던 가르시아의 우승에는 7월 결혼을 앞둔 연인이자 미국 골프채널 리포터 출신인 앤절라 앳킨스의 내조도 도움이 됐다. 가르시아는 “언제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게 불어넣어 주는 그녀 덕분에 큰 대회를 앞두고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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