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장미대선’의 열기가 무르익으면서 ‘누리꾼 수사대’도 진화 중이다. 이들은 신상 추적에서 맥락 짚기로, 대선 후보의 발언을 검증하는 ‘팩트 체커(사실 검증)'로 역할을 확장하는 중이다.
1세대 누리꾼은 표적이 된 인물이 과거에 작성한 온라인 문서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출한 사진을 통해 신상을 파헤쳤다. 과거 열애설을 검증하던 누리꾼이 한 연예인의 사진을 분석해 눈동자에 비친 조명으로 사진을 찍은 시점, 위치 등을 밝혀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형이 정리해준다” “○○논란 정리”
사건·사고의 맥락을 짚어주는 맥락저널리즘의 탄생도 누리꾼이 주도했다. 누리꾼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뉴스 콘텐츠를 원했다. 그래서 언론사가 딱딱한 문체로 팩트만 나열한 기사를 개성있고 보기 쉽게 정리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언론사 맥락저널리즘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최근 국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는 먼저 논란이 일어난 배경을 설명했고 SNS에 올라온 당사자들의 해명을 덧붙였다. 여기까진 이슈의 맥락 짚기에 해당한다. 이후 기존에 보도된 기사와 보도 자료를 종합해 본격적으로 팩트 체크에 나섰다.
결론 부분에서 작성자가 내린 소결론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세월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이다. 그리고 자신의 관점을 덧붙인다. “대결론 더불어민주당은 자숙할 필요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국민의당에 비해)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태생적인 한계도 있다. 누리꾼의 팩트 체크는 직접 확인이 어려워 보도 자료나 이미 보도된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직접 취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고 취재 전문성도 부족해 보인다. 또 가짜가 뒤섞인 팩트 체크 콘텐츠가 넘쳐나면 그 안에서 재차 옥석을 가려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즉 진짜 팩트 체커로 거듭나려는 누리꾼이라면 적어도 검증된 1차 정보(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채널(온라인 사이트 등)을 확보해야 한다. 팩트와 해석을 가려낼 수 있는 훈련도 필요하다. 실제로 몇몇 누리꾼 수사대는 기자에 버금가는 취재 숙련도를 갖추고 여러 커뮤니티에서 팩트 체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