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기자의 따뜻한 약 이야기
‘빨간약.’ 집에 가정상비약으로 꼭 하나씩 가지고 있는 상처 소독제이죠. 약국에서 빨간약을 찾으면 약사는 제품 이름을 묻지도 않고 그냥 빨간약을 내줬습니다. 물론 우리도 약의 이름엔 큰 관심이 없죠. 그냥 빨간색 바르는 약이면 충분하니까요.
빨간약의 원조는 20세기 초부터 상처 소독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머큐로크롬 성분으로, 붉은색으로 인해 ‘아카친키(赤チンキ)’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은이 들어있는 머큐로크롬의 안전성 문제 때문에 나중에 요오드팅크가 이를 대체했습니다.
현재의 빨간약은 요오드팅크 다음에 등장한 ‘포비돈 요오드’로 1955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포비돈 요오드는 포비돈과 요오드가 결합된 것으로, 요오드팅크에 비해 피부 자극을 더 감소시킨 제품입니다.
이에 제약사들은 앞다퉈 포비돈 요오드 성분이 포함된 인후염 치료제, 질염 관련 여성 세정제, 스프레이형 상처소독제, 손 세정제 등을 내놓고 있습니다. 가령 한국먼디파마의 항균 브랜드 대명사인 ‘베타딘’은 2014년 포비돈 요오드 성분을 함유한 인후염 치료제 ‘베타딘 인후스프레이’를 출시했습니다. 단순히 통증만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원인균을 제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휴대가 용이하고 입안을 향해 직접 분사하므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태극제약의 ‘포리비돈 인후스프레이’, 신일제약의 ‘쿨에버 인후스프레이’, 퍼슨의 ‘포비딘 인후스프레이’, 경남제약의 ‘베타쿨 인후스프레이’ 등도 속속 출시 됐습니다.
사실 포비돈 요오드는 발견만 옛날에 되었을 뿐 여전히 광범위한 항균력을 나타낼 뿐 아니라 현재까지 내성이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옛날 약이라고 도태되기는커녕 오히려 인후염 치료제, 여성 세정제, 손 세정제 등으로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스프레이, 드레싱 제제 등 점점 더 다양한 제형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60여 년 전에 발견되어 현재까지도 널리 이용되는 포비돈 요오드가 60년, 60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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