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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클리닉]희귀질환 80%가 유전질환… ‘신생아 스크리닝’ 확대해야

입력 | 2017-04-12 03:00:00

인터뷰 / 신생아 유전질환 검사의 권위자 이동환 교수-조안 M 크로이처 박사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6개 신생아 스크리닝 진행 중
43가지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리소좀 축적 질환 등 조기 검사에 포함시켜야




희귀질환은 약 7000여 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귀질환은 조기 진단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내 신생아 유전질환 검사 권위자인 이동환 교수(왼쪽)와 사노피 젠자임의 조안 M 크로이처 박사.

희귀질환 예방과 치료에 대한 정책을 통해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희귀질환관리법이 작년 말 시행됐다. 희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약 7000여 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까지 개발된 희귀질환 치료제는 겨우 300여 개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치료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기 진단을 받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

특이한 점은 희귀질환의 약 80%가 유전질환이라는 것. 유전질환은 유전자 검사와 유전 상담을 통해 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 초반에 신생아 유전질환 검사를 최초로 실시했고 현재는 유전질환에 대한 환자의 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생아 유전질환 검사를 의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국내에 신생아 선별 검사를 도입한 지 20년이 됐다. 이에 국내 신생아 유전질환 검사 권위자인 이동환 대한신생아스크리닝학회장과 사노피 젠자임의 조안 M 크로이처 박사를 만나 국내외 신생아 유전질환 검사 현황을 짚어 보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신생아 스크리닝이란 무엇인가.

(이 교수) 신생아 스크리닝은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질환 조기 검진’이다. 청력 검사와 선천성 대사 이상 검사 등이 있다.

―신생아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나.

(이 교수) 희귀질환, 유전성 질환 중 발병 빈도가 높은 것은 6개 정도(페닐케톤뇨증, 갑상선기능 저하증, 호모시스틴뇨증, 단풍당뇨증, 갈락토스혈증, 선천성부신과형성증)가 있다. 질환 검사는 생후 48시간에서 7일 사이에 신생아의 발꿈치에서 채혈해서 여과지에 묻혀 검사한다. 이 검사로 매년 1000명에 1명 정도의 신생아가 진단 후 치료를 받고 있다. 신생아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검사는 모든 신생아에게 적용되며 출산을 한 병원에서 받는다.

(크로이처 박사) 미국에서도 한국과 동일하게 피를 채혈해서 검사한다. 갑상선기능 저하증의 경우 2000명 중 1명, 페닐케톤뇨증은 1만 4000명 중 1명꼴로 발병한다.

―신생아 필수 검사 항목에 몇 개의 유전질환이 포함돼 있나.

(크로이처 박사) 총 60여 개 질환이다. 이 중 58개는 DBS 검사로 진행한다. DBS 검사는 혈액 내에 효소가 어느 정도 활성화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혈액을 채취해 하며 질환 별로 검사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이 교수) 한국은 앞서 말한 6개 질환이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검사하는 필수 항목이다. 국가에서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대개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은 진단하기가 어렵다. 평소에는 환자가 못 느끼고 있다가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고 심해지면 급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렵게 진단하더라도 이미 신체 기능이 손상된 경우가 많다. 현재는 1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탠덤 매스(Tandem Mass) 검사를 통해 43가지의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국내 신생아들의 75% 정도가 이 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탠덤 매스 검사는 일주일이면 아이가 어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갖고 태어났는지 알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가 가능하다.

―국내 신생아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에 꼭 포함돼야 하는 질환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 교수) 탠덤 매스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43가지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은 꼭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전체 신생아의 25%는 해당 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데 모두 이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외에 폼페병, 고셔병, 파브리병과 같은 ‘리소좀 축적 질환’도 포함돼야 한다. 이 희귀질환들은 특히나 진단이 어려운데 이미 경과가 많이 나빠진 상태에서 내원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신생아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에 리소좀 축적 질환이 포함 된다면 빠른 진단과 좋은 치료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는 리소좀 축적 질환은 치료제가 없던 영역이었는데 효소 치료제가 개발됨에 따라 치료가 가능해졌다. 내년부터는 신생아를 대상으로 검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생아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검사를 통해서 진단 받은 아이들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크로이처 박사) 나는 임상 의사라기보다는 연구자에 가깝다. 혈액 검사가 발달되기 이전에 폼페병을 진단하는 방법은 ‘생검’이었다. 당시 나는 혈액 검사를 통해 폼페병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 날 페루에 계신 의사 분이 본인 환자 중에 폼페병으로 의심되는 아이가 있다며 연락을 해 왔다. 혈액 검사가 상용화되지 않는 때여서 나는 부모와 아이의 혈액 샘플을 요청해 직접 혈액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로 아이가 폼페병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가족이 미국에 와서 임상 연구에 참여했다. 이 아이가 내가 맡았던 첫 번째 환자다. 혈액 검사를 통해 2004년 폼페병을 진단 받았던 어린 환자가 오늘날까지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이동환 교수

△대한신생아스크리닝학회장 △순천향대병원 모자보건센터 소장 △순천향대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

○조안 M 크로이처 박사

△미국 국립보건원 희귀질환 치료 프로그램 고문 △리소좀 축적 질환 연구위원회 자문위원 △국제 신생아 스크리닝 학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