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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클리닉]“29년을 밤낮 뒤바뀐 삶… 이렇게 버틴 건 ‘쪽잠’ 덕분이죠”

입력 | 2017-04-12 03:00:00

[Talk&Tip]드러머-크리에이티브디렉터 남궁연




≪헬스동아의 건강 인터뷰. 평소 궁금했던 유명인의 건강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재미있는 주변 이야기와 건강을 지키는 그들만의 방법을 들어 보고, 전문의의 진단과 조언을 함께 싣습니다.

이번 건강 스토리의 주인공은 드러머이자 크리에이티브디렉터 남궁연(49)입니다. 그는 현재 국악방송에서 ‘남궁연의 문화시대’ 라디오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드러머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남궁연은 건강 비결로 충분한 휴식과 충전을 강조했다. 이두용 프리랜서 기자



“얼굴이 좋아 보이세요.”

“건강하지는 않아요. 담배도 많이 피우고 3, 4년 전에는 교통사고를 당해서 허리도 자주 아파요. 드러머인데 허리를 다친 건 치명적이에요.”

국악방송을 막 마치고 나온 남궁연에게 인사말을 건네니 거침없는 입담으로 대답한다. 건강 인터뷰인데… 난감해진다. 이런 마음을 읽었는지 바로 다음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이렇게 명랑하고 즐겁게 사는 이유는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긍정 마인드 때문이죠!”



“29년을 밤낮이 바뀐 삶을 살았죠”

남궁연은 아침 8시에 잠들어 오후 2시쯤 일어나는 생활을 30년 가까이 했다고 한다.

“국악방송 DJ한다고 잠자는 시간을 바꿨어요. 아주 죽을 뻔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장소를 불문하고 시도 때도 없이 자는 ‘쪽잠’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는 지금도 여기서 30초 만에 잠들 수 있어요.” 그는 몇 분만 여유가 생겨도 쪽잠을 잔다고 한다.


“쪽잠을 사람들에게 널리 퍼뜨리고 싶어요”


남궁연은 자신의 건강한 습관으로 ‘잠’을 꼽았다. 하루 평균 6∼7시간은 꼭 잔다. 밤에 5시간 정도 잤다면 2시간은 낮잠으로라도 보충한다. 쪽잠을 자든, 전화기를 꺼놓고 아예 푹 자버리든 7시간 정도는 자야 한다.

“낮에 전화기가 꺼져 있으면 자는 거예요.” “지인들이 제가 전화를 안받는다고 섭섭해 해요. 시간만 나면 자니까 전화를 자주 못 받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아예 전화기를 꺼 놓고 잔다. “전화기 전원이 꺼져 있으면 문자가 와요. ‘또 자는 군…’ 이렇게 말이죠”

“누구에게나 15분의 시간은 있잖아요. 낮에 그 정도만 자도 피로가 풀리는데 전문가가 제대로 15분 숙면하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쪽잠 전도사가 될 기세다.

그도 원래부터 짧은 낮잠을 즐겼던 건 아니라고 한다. “학교 다닐 때 친구가 밥을 먹고 나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10분 정도 멍하게 있었어요. 하루는 너무 궁금해서 왜 그러고 있느냐고 물어봤죠.” “친구가 말하기를 15분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잠을 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렇게 가만히 아무 생각 안하는 걸로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피로가 좀 풀리는 느낌이었다고. ‘멍때리기’를 몇 달 하고 나니 어느 날부터는 스르르 잠들어 짧은 낮잠을 즐기게 됐다.

“낮에 잠깐 자고 일어나면 정말 개운해져요. 이것도 약간의 훈련이 필요한 거 같긴 해요.”



“하루에 한 끼로 체중조절해요”

그는 한동안 체중이 많이 나갔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신해철 씨가 사망하면서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어요. 결국 그 친구도 체중 조절을 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시술을 받다가 그렇게 된 거잖아요.” 그때부터였다. 1일 1식을 시작했다.



“생소함은 휴식이 돼요”

“제가 짧은 시간 동안 제대로 머리를 쉬게 할 수 있는 기막힌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그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웃음기 가득한 눈은 장난스럽기도 하다. 마치 아이가 대단한 발견을 하고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난 표정이다.

“10년 전부터 하루에 5분, 국악을 듣기 시작했어요.” 그가 말하는 국악의 장점은 두 가지다. 첫째, 전자 악기가 아니라는 것. 둘째, 멜로디가 낯설다는 거.

“처음 국악을 접할 때 멜로디가 너무 생소했어요. 기승전결도 황당했죠.” 심지어 어려운 국악을 들을 때는 “이게 무슨 음악이야” 했다고. “근데 이게 점점 좋은 거예요.” 생소하고, 낯선 국악에 10분, 15분 집중하고 나면 개운함까지 느껴졌다고 한다.

“머리를 쉬게 하고 싶을 때 제가 하는 재미있는 방법이 하나 더 있어요.” 갑자기 그가 유튜브 동영상을 틀었다. 영 알아듣지 못할 낯선 언어를 사용하는 아나운서가 빠른 속도로 말을 쏟아낸다. “네덜란드나 스웨덴, 덴마크 방송을 찾아 들어요. 5분 동안 집중해서 보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져요. 왠 줄 아세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어서 그래요.” 그는 머리가 복잡할 때 이런 낯선 소리들을 들으며 집중한다. 금방 복잡한 생각을 잊을 수 있다.

“생소한 소리에 집중하는 거.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진짜 최고인 거 같아요.”



“우리는 쉬어야 해요”


남궁연은 생소한 것들을 경험하면서 휴식을 하라고 말한다. “낯선 소리, 처음 가 본 곳. 생소함이 주는 쉼이 있어요. 휴가의 의미도 낯선 장소에서 평소와 다른 것들을 경험하기 때문에 쉬고 있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요?”

휴식과 충전. 그가 강조하는 건강 비결이다.
Tip /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대표원장
“15분 내외의 낮잠은 유쾌한 사치-짧은 휴가”


○ 낮 시간 토막 잠. 피로 해소에 얼마나 좋을까?

하루 권장 수면 시간은 7시간 정도다. 밤에 충분한 수면을 하지 못했다면 짧은 낮잠으로 부족한 잠을 보충할 수 있다. 특히 피로가 쌓이고 일의 능률이 떨어질 때 15분 내외의 낮잠은 ‘유쾌한 사치, 짧은 휴가’라고 부를 정도도 피로 해소에 좋다.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짧은 낮잠이 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 45분씩 낮잠을 자면 혈압이 평균 5% 정도 낮아지고 수면 부족으로 인한 호르몬 교란 상태를 바로잡아줘 스트레스의 악영향을 줄이고 면역계를 강화해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낮잠 대사’로 유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발을 벗고 침대에 누워 휴식을 즐긴다고 한다. 토막 잠을 잘 때는 최대한 빛과 소리를 차단하고 신발을 벗고 옷을 풀어서 좀 느슨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더 깊은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건이 되면 잠옷으로 갈아입고 이불을 덮고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멍때리기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머릿속에서 수시로 기억을 찾아내는 ‘지적 활동’을 하며 산다. 무엇인가를 습득하고 난 후에는 뇌가 내용을 정리할 시간을 줘야 한다. 저장한 기억을 찾아낼 때도 시간이 필요하다. ‘멍때리기’와 ‘짧은 낮잠’은 뇌에 그런 시간을 주는 것이다. 때론 꼭 필요한 습관이다.

○ 생소함, 낯선 느낌이 뇌에 휴식을 줄까?

뇌는 신경들이 그물처럼 연결된 구조로 돼 있다. 각종 정보는 이 그물망을 타고 뇌를 오간다. 같은 일과 생각만 한다면 항상 같은 신경회로만을 쓰게 된다. 새로운 외부 자극을 받으면 새로운 신경회로가 활성화된다. 이때 늘 사용하던 회로는 쉴 수 있다.

Tip /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단기간 1일1식은 효과적 운동 병행하는 것 좋아”


○ 1일 1식이 건강에 도움이 될까?

하루에 한 끼만 식사를 하면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 체중 조절을 위해서는 단기간 1일 1식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섭취 칼로리가 적기 때문에 체중을 줄일 수 있지만 이후 다시 세 끼를 섭취하면 급작스럽게 요요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체중 감량을 위해서 1일 1식을 시작했다면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섭취 칼로리를 줄이면 몸의 구성 성분 중에서 특히 단백질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근육 운동과 함께 단백질을 꼭 보충해 줘야 한다.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다른 영양분도 부족하지 않게 추가로 섭취해야 한다.

○ 식곤증 괜찮나?

일조량이 증가하는 봄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낮이 길어지면서 필요한 에너지가 많아지고 몸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면 자주 피곤한 상태가 된다.

이때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가 도움이 된다. 몸을 일조량에 적응시키기 위해 조금씩 낮잠을 자 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10분 이상의 긴 낮잠은 생체 리듬을 흐트러뜨릴 수 있기 때문에 짧고 깊은 낮잠을 권한다.

홍은심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