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일자리를/청년이라 죄송합니다]세 번째 이야기
매일 오전 6시 20분. 머리맡의 휴대전화에서 나지막한 알람이 울린다. 옆방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까지 들리는 고시원에서는 알람 소리를 작게 해야 한다. 지하방이라 아침 햇살도 없다. 샤워를 한 뒤 주섬주섬 옷을 입고 ‘고시식당’으로 간다. 고시원 ‘동기’ 10여 명이 모이지만 모두 ‘혼밥’을 한다. 밥을 다 먹고 독서실로 가서 짐을 풀고 자리에 앉으면 오전 8시. 이때부터 오후 11시 반까지 독서실을 지키는 생활을 최 씨는 석 달째 이어오고 있다.
노량진만 고집했던 건 아니다. 모교(순천대) 고시반에서도 2년을 공부해 봤지만 합격은 쉽지 않았다. 2011년 공기업 몇 군데에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지방의 한 국립검역소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도 있었지만 ‘6두품’이라 승진에 한계가 있고, 대우도 다르다고 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을 들고 다시 노량진으로 상경한 이유다. 최 씨는 그렇게 ‘독서실 원시인’으로 돌아왔다. 이제 그의 주변엔 말을 걸어 줄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다.
독서실 원시인이 독서실을 탈출해 ‘인류’로 진화하는 길은, 현재 대한민국엔 그 길밖에 없다.
특별취재팀 angrybo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