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가득 꽃을 찾아 춤을 춰라!
꿀을 따러 꽃을 찾을 때 벌의 다리에 식물의 꽃가루가 묻는다. 이 벌이 다른 꽃으로 이동하면 다리에 붙어 있던 꽃가루가 붙어 수분이 이뤄진다. ⓒCC0
벌은 꽃에서 꿀과 꽃가루를 모아 영양분을 섭취하고 애벌레에게 줄 먹이를 만든다. 이때 꽃 안쪽에 있는 꿀샘으로 머리를 밀어 넣고 혀를 내밀어 꿀을 채취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수술에 있던 꽃가루가 온몸에 묻는다. 이 벌이 다시 꿀을 따러 이동하면 몸에 묻어 있던 꽃가루가 같은 종 꽃의 암술머리에 붙어 수분이 되는 것이다.
벌의 무리 중 꿀샘이 가득 찬 꽃 무리를 찾는 건 일벌 중에서도 ‘정찰벌’ 담당이다. 정찰벌은 벌집 근처에서 반경 10km 정도를 살펴본다. 적당한 꽃 무리를 발견하면 집으로 돌아와 다른 벌들에게 꽃의 위치를 춤으로 알린다.
이 춤에는 벌집에서 꽃까지의 거리와 방향 정보가 들어있다. 집에서 꽃까지의 거리는 일정 시간 내에 엉덩이를 흔드는 횟수로 표현한다. 거리가 멀수록 엉덩이를 많이 흔든다.
또, 꽃 무리가 있는 방향은 태양-벌집-꽃 사이의 각도로 알려 준다. 이 각도가 135도라면 8자 모양이 중력 방향을 기준으로 135도만큼 기울도록 춤을 추는 것이다. 나머지 벌들은 정찰 벌의 8자 춤을 보고 꽃의 위치를 파악한 뒤 꿀을 채취하러 나선다.
밤에 피는 꽃들의 사랑 배달부는 박쥐!
박쥐는 이렇게 밤에 피는 꽃을 찾아 꿀을 먹고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도와준다. 그런데 박쥐는 어떻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 꽃을 찾을까. 정답은 초음파다. 초음파는 진동수가 20kHz 이상인 파동으로,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영역의 소리다.
박쥐를 통해 꽃가루를 옮기는 식물의 꽃 상당수는 오목한 모양이다. 위성 접시 안테나처럼 초음파를 한곳으로 모아 박쥐가 자신의 위치를 잘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꽃잎 안쪽의 오목한 모양을 이용해 박쥐에게 꿀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무쿠나 홀토니. ⓒ위키미디어
식물에 맞게 아예 몸의 기관이 진화하는 경우도 있다. 2005년 에콰도르에서 발견된 긴주둥이꿀박쥐는 몸길이가 평균 6cm인데, 혀 길이는 9cm나 된다. 긴 혀로 꽃 안쪽에 있는 꿀까지 남김없이 빨아 먹기 위해서다. 또, 과일을 주로 먹는 박쥐는 딱딱한 과일을 잘 씹기 위해 말처럼 아래턱뼈가 발달했다. 긴주둥이꿀박쥐나 과일을 주로 먹는 박쥐가 즐겨 찾는 먹이 식물은 두 박쥐 덕분에 수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두 박쥐가 좋아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이처럼 다른 종이지만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진화하는 것을 ‘공진화’라고 한다.
바다에 사는 새우말이나 거머리말 같은 해초도 꽃을 피운다. 땅 위의 식물과 달리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꽃을 피운다. 이전까지 과학자들은 해초는 동물의 도움을 받지 않고, 꽃가루를 바닷물에 흘려보내 다른 해초로 이동시킨다고 생각했다
갑각류 동물이 꽃가루를 나르는 거북말귀갑 해초. ⓒ위키미디어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팀은 뉴질랜드 섬에 사는 도마뱀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도마뱀이 식물의 배달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도마뱀은 주로 곤충을 먹고 살아간다. 그런데 특별한 포식자가 없자 한정된 공간인 섬에 도마뱀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결국 도마뱀은 먹이인 곤충이 부족해져서 꿀과 꽃가루까지 먹게 됐다. 놀랍게도 도마뱀은 곤충이나 새보다 약 8배나 정확하게 식물의 수분을 돕고 있었다. 도마뱀이 주로 같은 꽃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박영경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longfestiv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