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현 사회부 기자
‘아버지는 무슨 마음으로 어린 나를 두고 떠났던 걸까. 만 23세에 형무소에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조 씨는 아버지의 마음을 좇아 관련된 사료를 모으며 일생을 보내왔다.
그런 그에게 2015년 11월은 특별했다. 조명하의사기념사업회와 20명의 대학생 탐방단이 타이중 의거 현장을 돌아봤다. 동행한 해외독립운동사 전문가 김주용 대한민국독립기념관 선임연구위원이 의거의 내용과 조 선생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고령의 조 씨는 비록 그 자리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탐방단의 사진만 보고도 매우 행복해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독립운동을 20대 청년들이 듣고 보고 기억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2015년 900명에 달했던 해외독립운동사적지 탐방 학생은 지난해 600명으로 줄었다. 2016년도 국가예산을 편성할 때 기획재정부가 국가보조금사업의 실효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면서다. 기재부 평가 자문단은 ‘외유성이 짙고 특정 단체에 편중 지원될 우려가 있다’며 이 프로그램의 폐지를 권고했다. 보훈처는 민간단체 지원 대신 직접 운영하겠다고 얘기해 예산 7억 원을 살려냈다.
이 과정을 거치며 탐방자가 줄어들었다. 그전까지는 독립운동 관련 기념단체들이 탐방 지역을 정해 참가 학생을 모집하고 재원을 일부 마련해 보훈처에 신청을 했다. 보훈처는 이 가운데 선정해 2000만 원가량을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보훈처가 탐방 지역과 프로그램 기획, 참가자 모집 같은 과정을 다 맡아 했다. 사실상 예산도 줄고, 탐방자도 준 셈이다. 기념단체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독립운동사적지가 선정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보훈처는 5월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역사를 글로만 보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 보는 것은 체감의 정도가 다르다. 희미해져 가는 독립운동사의 기억을 청년들과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노지현 사회부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