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진짜 문제는 굴뚝산업이다
그래도 달라진 게 없으니 남은 건 비상대책밖에 없을 터이다. 아니나 다를까. 환경부는 최근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 발령기준 완화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공공기관에서 차량 2부제를 시행하고 공공부문 건설공사장의 운영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적용 차량과 건설공사장이 각각 수도권 전체의 1.6%와 1%에 불과해 효과도 적고, 지키지 않아도 제재는 없다.
지금까지 미세먼지 대응은 미세먼지가 악화할 때마다 규제를 하나씩 늘리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미세먼지를 해결하지 못한다. 미세먼지는 자연현상인 황사와는 다르다. 달리 말해 1000년 전에 황사는 있었지만 미세먼지는 없었다. 폐포까지 도달하는 나노 수준의 입자는 산업화 근대화의 결과물이다.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에너지와 교통, 산업 생태계 등 이른바 ‘올드 이코노미(Old economy)’가 근본 원인이다. 낡은 경유차를 못 들어오게 하고 이미 없애기로 결정한 발전소 10개를 문 닫게 하는 수준으로는 백년하청이다.
중국과의 외교협력을 통해 미세먼지를 해결하라는 주장도 공허하기는 마찬가지다. 미세먼지를 보내지 말라는 요구는 경제활동을 멈추거나 산업구조를 바꾸라는 얘기다. 우리도 어쩌지 못하는 산업활동을 중국더러 하지 말라는 건 가능하지 않다. 감정 섞인 비난보다는 청정기술을 제공하고 산업 개편을 유도하면서 우리 사업 기회를 찾는 게 현실적이다.
대통령 어젠다로 챙겨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각각 미세먼지 해소 공약을 들고 나왔다. 신규 화력발전소 승인 취소 혹은 건설 중인 발전소 중단, 선진국 수준으로 미세먼지 기준 강화, 중국과의 환경공조 강화 등 대동소이하다. 신규 발전소 승인 취소는 기업 반발도 문제지만 전력 수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사드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된 상태에서 정부가 관계를 더 악화시킬 미세먼지 문제를 꺼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계승 발전시킨다고 하는 게 미세먼지 대책으로 적합할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