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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서 대법원 13명-헌재 8명 교체… 성향 쏠림 우려

입력 | 2017-04-13 03:00:00

차기대통령, 사법권력 인사권 독점





헌법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임기(5년)와 사법기관의 핵심인 대법관(6년), 헌법재판관의 임기(6년)에 차이를 둔 목적은 사법기관의 다양성과 정치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여러 대통령이 임명한 법관들이 대법원과 헌재 안에 공존하면서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과 시각이 판결에 골고루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파면되면서 사법 권력의 균형이 위협 받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5월 9일 선출될 새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이 내년 2월 24일까지 임기를 채웠다면 행사하게 돼 있던 임명권을 갖게 되면서 사법 권력에 대한 인사권을 사실상 독점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예상하기 어려웠던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에 따른 결과라고 해도 헌법에 임기 차이를 두고 구현해 온 사법기관 구성의 균형 및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새 대통령, 전무후무한 사법기관 인사권 행사

12일 현재 대법원은 올 2월 퇴임한 이상훈 전 대법관(61·사법연수원 10기)의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양승태 대법원장(69·2기)과 12명의 대법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이 전 대통령은 양 대법원장과 고영한(62·11기) 김신(60·12기) 박병대(60·12기) 김용덕(60·12기) 김창석(61·13기) 박보영(56·16기) 김소영 대법관(52·19기) 등 8명을 임명했다. 2014년 이후 취임한 조희대(60·13기) 권순일(58·14기) 박상옥(61·11기) 이기택(58·14기) 김재형 대법관(52·18기) 등 5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각각 대법원 재판부 구성에 제한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못 채우고 파면되면서 올해 9월 임기가 끝나는 양 대법원장의 후임 임명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반면 5월 9일 선출될 새 대통령은 2022년 5월까지 임기 5년을 다 채운다고 가정할 경우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 중 김재형 대법관(2022년 9월 퇴임)을 뺀 나머지 13명을 임기 중 교체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올해 1월 31일 퇴임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후임 지명 권한도 행사하지 못한 채 다음 대통령에게 넘겨줬다. 헌재의 경우 현재 ‘8인 재판관’ 가운데 올해 3월 임명된 이선애 재판관을 제외한 7명이 모두 차기 정부에서 바뀐다. 새 대통령은 이 중 박 전 헌재소장을 포함한 3명의 재판관 후임을 직접 임명하게 된다. 새 대통령이 임명할 차기 대법원장 지명 몫의 재판관 2명을 합한다면 전체 재판관 9명 중 5명을 새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임명하는 걸로 볼 수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두 최고 사법기관의 최고위 법관 대부분의 인사권을 새 대통령이 갖게 된 것이다.

○ “사법부 다양성 담보할 대안 마련해야”

이처럼 새 대통령에 대한 사법기관의 인사권 쏠림 현상은 사법 권력의 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새 대통령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법관으로 대법원을 채우면 이는 하급법원 인사와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새 대통령으로부터 사법기관의 다양성을 담보할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특정 정파 소속인 대통령이 사법기관 최고위 법관들을 한꺼번에 교체하면 인사의 다양성 원칙이 퇴색될 우려가 있다”며 “충분한 검증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임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의 사법기관에 대한 인사권을 조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사법기관 인사권이 삼권분립 원칙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 일각에선 사법부에 ‘최고위 법관 인사추천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서 추천하는 인사를 국회가 검증해 임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은 형식적으로만 행사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의 인사권 자체를 줄이거나 형식화하도록 해야 한다”며 “삼권분립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대법관을 독립된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고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하는 방식 등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신광영·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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