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영 정치부 기자
#‘장미대선’이 확정된 3월 중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이 되는 건 막아야 한다”며 ‘반문(반문재인)연대’를 되살리려 안간힘을 썼다. 문 후보는 단일화의 싹을 자르자는 듯 “문재인을 두려워하는 ‘적폐연대’”라고 규정하며 본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는 아예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등장인물도 같고 ‘후보 단일화’라는 소재도 같다. 달라진 건 공수(攻守)가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단일화의 파괴력이 그저 ‘깜짝 이벤트’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판알을 다 튕겼으면 다음 과제는 ‘브랜드 이미지’다. 단일화를 하는 뻔한 속셈을 정당화할 정치적 명분을 찾는 일이다. 그동안 성공한 단일화에는 유력 주자들의 물리적 결합 외에 ‘+α(플러스알파)’가 있었다.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은 수십 년 동안 영남의 패권으로 소외된 호남과 충청의 ‘피해자 연대’라는 점을 어필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어떤가. 인권변호사와 재벌 2세의 이질적 조합에 따른 표의 확장성이 있었다.
이번 대선처럼 여의도에 단일화론이 무성했던 적도 드물다. 지난해부터 ‘제3지대’, ‘빅텐트’, 분권형 대통령제를 위한 ‘개헌연대’, 공동정부 구성을 위한 ‘통합연대’ 등 각종 연대론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내세운 명분은 다양했지만 사실상 문 후보를 겨냥한 연대였다. 단일화의 공식으로 볼 때 ‘반문연대’가 동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리 붙여 봐도, 저리 붙여 봐도 승산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빼고 다 모이자’는 건 명분도 없었다.
그렇게 애써도 이뤄지지 않던 ‘반문연대’가 ‘심리적 단일화’라는 형태로 대선 지형을 흔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접착제는 안 후보 지지층을 ‘적폐세력’이라고 공격한 것으로 읽히는 문 후보의 발언이었다. 안 후보가 5월 9일까지 ‘반문 표심’을 이끌고 갈 수 있을지, 문 후보가 반전의 돌파구를 마련할지는 알 수 없지만 교훈은 명확하다. 내 편이든 아니든 유권자를 달래고 보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는 연애다.
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