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리독서토론논술과 함께 제대로 독서하는 방법 배우기
지난달 22일 만난 독서지도사 남경민 씨(왼쪽)와 류재아 씨는 “독서 효과를 빠르게 보고 싶으면 아이가 책을 읽을 때 엄마 아빠도 함께 읽어야 한다”며 “어려서부터 책에 친근함을 느껴야 평생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다른 이유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과 휴대전화에 익숙해 책 읽는 것 자체를 힘들어한다. 학원 일정이 빡빡해 따로 책을 읽을 시간이 충분치 않다. 그러다 보니 독서도 사교육의 힘을 빌린다. 독서교육업체 한우리독서토론논술에서 독서지도사로 활동하는 남경민 씨(46), 류재아 씨(25·여)와 제대로 독서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 책이 재미없다는 아이들
남 씨는 “학부모 대부분 ‘학종으로 대학 가려면 책을 많이 봐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씨는 “시험에서 서술형 문제를 100% 출제하는 중학교가 있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하는 엄마도 있다”며 “특수목적고와 대입에 대비해서 초등학교 6학년도 자기소개서나 논술을 준비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학생들은 대부분 책 읽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한숨을 푹 쉬며 “엄마가 시켜서 해요”라고 말하는 학생이 많다. 하루에 세 쪽 읽기 힘겨워하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은 모두 “책이 재미없다”고 입을 모은다.
남 씨는 “학생들이 책에 너무 많이 치여 있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이 읽는 책의 90%는 문제집”이라고 지적했다. 류 씨는 “아이들이 학원 때문에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며 “수업을 하다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요’라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힘겹게 책을 읽은 뒤 글로 정리하는 건 더 힘들어한다. 학생들이 쓴 글에는 ‘ㅋㅋㅋ’ 등 각종 이모티콘이 난무한다. 휴대전화 카카오톡에 쓰는 것처럼 줄임말과 단답형으로 끝나는 글도 많다.
○ 부모가 먼저 책을 펴라
책에 관련된 재미있는 활동을 함으로써 독서를 즐거운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류 씨는 초등학교 5학년들과 ‘파랑새’ 내용을 희곡으로 바꾸고 연극해 보게 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아이들이 배역을 나누고 대본을 만들어 연극을 하니 책 내용을 두고두고 기억했다”고 했다.
책을 읽을 때마다 간단하게라도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남 씨는 ‘징비록’을 읽은 초등학생이 마인드맵 형태로 생각을 정리한 노트를 보여줬다. ‘이순신: 죽는 날까지 나라와 백성을 위해 싸웠다’ ‘조선 의병들: 왜군을 물리친 용감한 의병들’ 등의 내용이 알록달록 색깔 펜으로 적혀 있었다.
남 씨는 “꼭 글로 쓰지 않아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리해두면 나중에 학생부종합전형을 따로 대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칭찬을 많이 해주면 아이들은 뿌듯함을 느끼고 독서에 재미를 붙인다”고도 했다.
당장 독서의 성과를 바라는 성급함은 금물이다. 엄마들은 대부분 ‘수학학원을 다니면 중간고사에서 100점을 받겠지’라는 생각을 독서에 적용한다. 남 씨는 “큰 성과가 바로 안 나타나니 ‘학원 때문에 바빠서 독서 교육은 이제 그만둘게요’라고 말하는 엄마도 많다”며 “독서가 진짜 공부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독서는 꾸준히 하면 성적 향상은 물론이고 아이가 성숙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독서지도사들 의견이다. 남 씨는 “어휘력이나 표현력 모두 낮았던 아이는 2, 3년이면 확실히 달라진다”며 “스스로 ‘제가 몇 년 전에는 말도 잘 못하고 진짜 별로였어요’라고 말한다”고 했다. 류 씨는 “아직 꿈을 못 찾은 아이가 책을 통해 자기 인생을 돌아봤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교우관계가 좋아지는 건 덤이다.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독서 교육은 주로 그룹으로 이뤄진다. 나와 의견이 다른 친구 이야기를 들어주고, 때론 싸우기도 하면서 배려심이 생긴다. 남 씨는 “잘하는 애들끼리만 모아 수업하길 원하는 엄마들이 간혹 있다”면서 “요즘은 아이들이 대개 형제가 없는 만큼 나와 마음이 맞지 않는 친구와 함께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