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의 대표작 ‘동백꽃’의 배경이 된 강원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문학촌으로 문학기행을 떠난 진승민 군이 어머니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원 고색고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고색고만의 특색 있는 활동 덕분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부자캠프, 부모님과 함께 듣는 인문학교실, 문학기행, 모자 동행 꿈길여행 등의 활동을 통해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부자캠프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강의를 통해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동안 죄송하고 감사했어도 하지 못한 말들을 편지에 쓰면서 서로에게 무관심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캠프의 마지막에는 아버지의 발을 씻어드리는 세족식을 진행한다. 굳은살 박인 발을 씻어드리면서 그동안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아버지의 노고와 헌신을 깨닫는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문학기행은 가을이 무르익어갈 무렵 부모님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문학작품을 만나러 가는 여행이다. 나는 김유정의 대표작인 ‘동백꽃’의 배경이 된 김유정문학촌의 뒷산과 생가를 찾았다.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 김유정역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박물관을 방문해 그의 인생역정을 봤다. 어머니와 그의 작품에 대해 얘기하며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작가라고는 믿기지 않는 그의 작품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요절한 그의 삶을 함께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모자 동행 꿈길여행은 연말에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가는 체험활동으로 1박 2일로 진행된다. 출발하기 전에 어머니께 앞으로의 각오와 감사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낭독했다. 이후 밤길을 달려 정동진에서 일출을 보며 벅찬 감동을 느꼈다. 아침을 먹은 후에는 등산도 하고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바다부채길을 걸으면서 어머니와 못했던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1년을 보내며 지쳐가고 힘들 무렵, 1박 2일 동안 어머니와 함께 나의 진로에 대해 깊이 이야기하면서 새삼 의지를 다지게 됐다.
고등학교에 온 뒤론 중학교에 다닐 때보다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이 확연히 줄어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함께하는 학교 활동들을 통해 부모님과 나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고민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아버지와 단둘만의 캠프, 어머니와의 여행…. 그 시간을 통해 부모님과 함께하는 인생의 산행을 등산부터 하산까지 모두 함께하리라고 다짐했다.
진승민 경기 수원시 고색고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