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나쁜데 초미세먼지는 좋았던 하루.’
이게 무슨 말인가 하시겠지만 실제 벌어진 일입니다. 바로 이달 12일입니다.
이날 중국발 흙먼지가 간만에 한반도를 찾았습니다. 농도가 낮아 공식 황사로 잡히진 않았지만 황사를 이루는 미세먼지(PM10)의 농도가 서울에선 최고 ㎥당 98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까지 올라 전국이 한때 미세먼지 나쁨(㎥당 80μg 초과)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는 높은데 초미세먼지 농도는 낮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두 먼지입자의 무게 차이 때문입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입자는 그 길이에서 최소 4배 차이가 납니다. 길이의 세제곱인 부피는 최소 64배 차이 난단 뜻. 즉 미세먼지가 초미세먼지보다 훨씬 크고 무겁습니다.
입자가 큰 미세먼지로 이루어진 황사는 내몽골과 고비사막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흙먼지를 끌어올리고, 이 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까지 내려와 발생합니다. 미세먼지가 무겁기 때문에 보통 강한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사진 동아DB
과거 황사가 중국 도심을 지나며 각종 발암물질을 함유한다는 설도 있었지만, 사실 황사 발원지는 기본적으로 대기오염물질이 없는 청정지역입니다. 12일 이런 맑은 공기가 약간의 흙먼지를 품고 온 대신 강한 바람을 몰고 와 기존에 한반도에 있던 가벼운 초미세먼지를 날려버린 겁니다. 덕분에 미세먼지는 높은데 초미세먼지는 낮은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이례적으로 낮았던 데는 전날 내린 비도 역할 했습니다. 강수량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큰 요인이거든요. 이런 저런 덕분으로 12일 우리는 간만에 초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한때 초미세먼지 못지않게 전 국민의 눈총을 받는 황사 바람 덕에 초미세먼지-프리(free) 데이를 보냈다니 참 웃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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